오피스텔 화재경보 현장 시민들 허탈
소방 "신속한 대처 위해 꼭 적어야"
대체공휴일인 5월 6일 오후 서울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경보가 울려 관할 소방서에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소방안전관리자 연락처는 공란이었다. /독자 제공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경보가 울렸지만 소방안전관리자는 연락할 길이 없었다. 또다른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20대 A 씨는 대체공휴일인 이달 6일 오후 거주 중인 오피스텔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화재경보음을 들었다.
처음에는 옆 건물에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지만 경보음은 수십 분간 끊기지 않았다. 1층으로 내려와서야 건물 2층에서 나는 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내려와 보니 다른 주민들 10여명이 반려동물과 중요한 소지품을 챙겨들고 대피해 있었다"며 "관리실은 평일 영업시간에만 근무해서 자리에 없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건물 입구에 소방안전관리자 현황표가 부착돼 있었지만 연락처를 적는 칸은 비어있었다. 결국 119에 신고했고, 약 5분 만에 도착한 소방대원도 현황표에 관리자 연락처가 없다며 난처해했다고 한다.
A씨는 "소방대원들이 지하 방재실의 수신기를 확인하고 2층 주민과 현장을 점검한 결과 화재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며 "하지만 관리자 내선번호라도 적혀있었다면 쌀쌀한 날씨에 주민들이 밖에서 불안에 떠는 시간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며 토로했다.
화재예방법 제26조 1항에 따르면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대상물의 관계인은 출입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소방안전관리자의 성명, 연락처, 화재 수신기 위치 등이 기재된 소방안전관리자 현황표를 게시해야 한다.
대체공휴일인 5월 6일 오후 서울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경보가 울려 관할 소방서에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소방안전관리자 연락처는 공란이었다. /독자 제공 |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현장대응으로 인명·재산피해를 줄이고, 소방력 낭비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반한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일부 소방안전관리자들은 개인정보인 연락처를 적기를 꺼린다. 인터넷카페 등 SNS에는 '요즘 어떤 시대인데 개인정보를 함부로 기재하느냐 물으니 소방서에서 이렇게 하라더라'며 '소방안전관리자는 사생활 털려도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소방관의 신속한 대처를 위해 소방안전관리자의 24시간 연락가능한 연락처를 적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황표를 제대로 적지 않은 건물은 단속대상이며,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면 업무용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관리실 번호를 휴대전화에 연동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상 건물수에 비해 소방서의 관리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표본검사로 한 대상에 대해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점검을 진행하는데, 화재경보가 잘 울리는지 검사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연락처를 적는 것이 불만일 수는 있겠지만 법에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봐줄 수는 없다"며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면 이상사항이 있을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내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건물이 6만5000여개인데, 인원이 200여명밖에 안 돼서 매일 다 점검할 수는 없다"며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