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보건소 팀장급 공무원, '직장 내 괴롭힘' 호소
악성민원 호소도…노조 "근본적 대책은 인력 충원"
올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공무원 사회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올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악성민원 등을 호소하며 잇달아 사망해 공무원 사회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 강북구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강북구지부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강북구보건소 소속 50대 공무원 A씨가 사망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등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전공노 강북구지부에 "억울한 죽음을 명명백백히 밝혀달라"며 진상규명 요구서를 제출했다.
강북구는 서울시 강북구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조례에 따라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변호사·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괴롭힘 상담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강북구 관계자는 "유서 내용에 건강 문제와 업무 스트레스 관련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며 "유족께서 그 중 일부 내용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만하다고 조사를 요구해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자문위원회 결과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의심된다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관련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공무원 사회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박헌우 기자 |
전공노 강북구지부는 "더 이상 직장갑질로 세상을 떠나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직장 갑질 진상조사 및 갑질 신고 시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고인은 직장 상사와의 갈등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지자체 공무원의 사망은 양산시·괴산군·남양주시·양주시 등 드러난 사례만 10건에 이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극단 선택으로 순직을 신청한 공무원은 2021년 26건에서 2022년 49건으로 88% 증가했다.
공무원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악성민원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올 3월에는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30대 경기 김포시 공무원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이달 2일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민원인이 전화로 폭언을 하는 경우 공무원이 1차 경고를 한 뒤 통화를 먼저 종료할 수 있으며,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무원 성명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는 현장에서 요구한 내용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인력 충원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공노는 성명서를 통해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감당할 수 없는 민원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기관장이 민원공무원 보호조치를 미이행했을 때 처벌조항이 없으면 인력과 예산을 핑계댈 것이 뻔하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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