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학과 정원 줄이고, 일부 학과 통폐합 위기
학교 측 "논의 거친 개편안…학생들과 소통도"
건국대학교 학생들이 18일 서울 광진구 교내 행정관에서 자유전공학부 신설에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학사구조개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교내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윤경 기자 |
[더팩트ㅣ황지향·이윤경 기자] 건국대학교 학생들이 18일 자유전공학부 신설에 반대하며 교내 본관(행정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자유전공학부 신설 과정에서 기존 학과 정원 감소는 물론, 일부 학과는 통폐합 위기까지 처하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학교 측은 충분한 소통을 거쳤다며 학사구조 개편을 강행할 방침이라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건국대는 '자유전공학부 및 단과대학별 자유전공학부 편성에 따른 2025학년도 학사구조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방침에 따라 전공 구분 없이 입학한 뒤 주로 2학년 때 세부 전공을 택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이 모집인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건국대 학사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일부 학과의 입학정원을 줄이고 문과대학과 이과대학, 공과대학, 사회과학대학, KU융합과학기술원, 상허생명과학대학에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다. 감소된 정원이 신설되는 자유전공학부에 배당된다. 정원 308명의 KU자유전공학부도 단독으로 만들어진다.
단과대별로 문과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10명, 영어영문학과 15명, 중어중문학과 9명 등 총 55명 정원을 감소한다. 이과대학은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등에서, 공과대학은 사회환경공학부, 기계항공공학부, 전기전자공학부, 화학공학부, 컴퓨터공학부 등에서 정원을 축소한다.
KU융합과학기술원의 미래에너지공학과, 스마트운행체공학과, 스마트ICT융합공학과, 화장품공학과는 기존의 공과대학 유사 학과와 통폐합된다. 줄기세포재생공학전공과 의생명공학전공은 첨단바이오공학부로, 시스템생명공학과와 융합생명공학과는 생명공학부로 각각 통폐합된다.
2층 총장실 앞에는 '건국대는 학생들과 소통하라', '우리가 많을 것 바랬냐?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 등이 적힌 포스트잇이 빼꼭히 붙여져 있다. /이윤경 기자 |
상허생명과학대학은 생명과학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학과별로 적게는 10명부터 많게는 31명까지 정원을 줄이고, 일부 학과는 통폐합된다. 사회과학대학의 글로벌비즈니스학과와 융합인재학과는 폐과 위기에 놓였다. 변동이 없는 단과대는 예술디자인대학과 사범대학 뿐이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학사구조개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교내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11일에는 교무처장, 학생처장 등 학교 측과 설명회도 진행했으나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학생들은 이날 오전부터 총장실이 있는 행정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다. 이날 행정관에서는 학사구조 개편 관련 규정심의위원회가 열린다.
학생 70여명은 검은색 옷을 입고 행정관 로비에 나란히 앉아 5대 요구사항을 외쳤다. 5대 요구사항은 △소통 없이 진행 중인 학사구조 개편 철회 △전체 학생 대상 단과대학별 설명회 개회 △학생들 의견 수렴한 학사구조 개편안 전달 △소통 부재에 대한 원인 규명 및 사과 △해결 전까지 무전공제 추진 중단 등이다.
근조화환 40여개도 세워졌다. 2층 총장실 앞에는 '건국대는 학생들과 소통하라', '우리가 많은 것을 바랬냐?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 등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이 빼꼭히 붙었다. 총학생회 측이 준비한 곡소리는 건물 밖까지 울려퍼졌다.
이들은 "소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학사구조 개편에 관한 규정 심의를 중단하라"며 "학습권이 보장된 개편안을 다시 의결하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건국대학교 학생들이 18일 서울 광진구 교내 행정관에서 자유전공학부 신설에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학사구조개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교내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윤경 기자 |
융합인재학과 재학생 진모(21) 씨는 "일방적으로 학과가 폐지됐다는 소식을 듣고 힘을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며 "아직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재학생 김모(25) 씨는 "그동안 애정을 갖고 학교생활을 했던 우리 학과가 사라진다니 속상하다"면서 "자신이 선택한 학문에 배움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져야 하는 대학교가 돈의 논리로 과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이번 학사구조 개편 추진에 앞서 단과대 및 학생 대표 등과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자율전공 비율별로 가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평가방식 안내 즉시 각 단과대에 의견을 요청하고 논의를 통해 개편안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설명회 등 학생 단체 및 대표들과 자리를 마련하고 소통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업의 약 90%에 달하는 금액을 학생 지원에 투입해 교육과 연구 환경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학사구조 개편에 따른 학생들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고 기존 재적생들의 학습권 및 전공 선택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