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학교에 돌아온 의대생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톨릭관동대·가톨릭대·건국대 분교·건양대·경상국립대·계명대·단국대(천안)·대구가톨릭대·동아대·부산대·성균관대·연세대 분교·울산대·원광대·전남대·조선대 등 16개 의대는 이번 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고 교육부에 보고했으나 캠퍼스는 강의실과 휴게실, 도서관 등에서 학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은 지난 15일 대구 경북대학교 의고대학 강의실.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이윤경 기자] "학생들이요? 요즘엔 못 봐요. 거의 안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국 의과대학 대부분이 개강했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학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계속 수업에 불참해 결석 처리될 경우 대규모 유급 사태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학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휴학 승인도 하지 못하면서 학생들 출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의대 강의실 텅텅…일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의대는 이미 지난 3월 개강해서 수업을 진행 중이다. 경희대 의대도 당초 3월 초 개강했지만 정상적으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한 달 전체를 휴강 처리한 후 지난 1일부터 수업을 재개했다. 동국대와 가톨릭대 의대는 각각 지난달 25일과 지난 15일 개강했다. 이화여대 의대는 지난 8일 예과 1~2학년만 개강했다.

가천대·경북대·영남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림대 의대도 이미 개강을 한 상태다. 이외에도 가톨릭관동대·건국대 분교·건양대·경상국립대·계명대·단국대(천안)·대구가톨릭대·동아대·부산대·울산대·원광대·전남대·조선대 의대도 지난 15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 주요 의대 캠퍼스는 강의실을 물론이고 휴게실과 도서관 등에서도 학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의교정 의대 건물 4층과 5층은 텅 빈 모습이었다. 대부분 강의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복도도 조용했다. 강의실 앞에는 지난해 2학기 강의시간표가 여전히 부착돼 있었다. 일부 강의실 입구에는 온라인 수업을 의미하는 'ZOOM(줌) 강의 중입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 본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3층과 4층은 텅 비어 있었고 그나마 지나가는 이들은 연구원과 대학원생들 뿐이었다. 한 연구원은 "학생들이 거의 안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관) 3~4층이 학생들이 가장 많은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의대 본관도 학기 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휑한 모습이었다. 수업을 진행 중인 강의실은 한 곳도 없었고 자율학습실과 의학도서관, 체력단련실까지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과대학 본관 3층과 4층은 텅 비어 있었다. /이윤경 기자

◆ 출결 관리 비상…대규모 유급 사태 우려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출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수업 불참 학생을 원칙대로 결석 처리하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낙제점(F학점)을 받고 한 과목이라도 낙제점을 받으면 유급된다.

일부 대학은 학생들 결석 처리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학교의 휴학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휴학을 신청하고 수업에 나오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다수라 고심이 깊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휴학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들만 수업을 재개한 것"이라며 "휴학계를 낸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하지는 않았다. 아직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결석 처리는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의대 관계자는 "휴학계를 냈기 때문에 결석은 아니다"라면서도 "학교 운영상 가능하도록 돼 있는 걸로 아는데 휴학 처리는 대학본부로 넘어가서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고려대와 가톨릭대 등은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으로 유급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희대도 비대면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경우 실시간이 아닌 정해진 기간 내 강의를 들어도 출석이 인정되기에 추후 돌아올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가톨릭대 의대 관계자는 "학생들 보호 차원에서 개강을 두 차례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개강했다"며 "수업은 다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경희대 의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각 대학이 취할 수 있는 대비책은 온라인 강의일 것"이라며 "교육부에서 권고하는 게 최대 7주까지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다. 온라인 강의를 하면 당장 수업을 듣지 않아도 출석 처리를 나중에 받을 수 있으니까 다들 온라인 강의를 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학생들 휴학 승인 여부도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가 동맹휴학을 이유로 제출된 휴학계를 각 대학이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휴학계를 수리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일단은 수업을 재개한 상태라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로 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아마 방학 없이 학사 일정을 조정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경희대 의대 관계자는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며 "아마 단일 대학이 결정하기 무척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 입장과는 별개로 개강을 또다시 연기한 대학도 있다. 성균관대는 오는 29일로 의대 개강을 미뤘고, 중앙대 의대는 내달 1일까지 연기했다.

성균관대 의대 관계자는 "아직 정세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안정화될 때까지 최대한 학생들이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미루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이때까지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대안을 잘 모르겠다"며 "현재로선 그 이후를 생각할 수는 없다"고 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