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 서울시의원 조례 발의
저연차 공무원 면직률 수직상승
MZ세대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생일휴가를 부여하는 조례를 발의해 눈길을 끈다. 임규호 시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임규호 의원실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MZ세대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생일휴가를 부여하는 조례를 발의해 눈길을 끈다.
당사자인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저임금과 경직된 조직문화 등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라는 것이다.
1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임규호 시의원(더불어민주·중랑2)은 8일 서울시와 시의회 공무원·공무직에게 생일휴가를 부여하는 서울시 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생일이 있는 달에 하루 특별휴가를 쓸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뼈대다. 시 공무원 중 임용 5년 이내 저연차 공무원들의 의원면직(퇴사) 비율이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만큼 이탈을 막고 사기를 진작한다는 취지다.
옥재은 의원(국민의힘·중구2)에 따르면 서울 저연차 공무원들의 의원면직 비율은 2019년 4.5%에서 2020년 6%, 2021년 6.4%, 2022년 8.6%까지 계속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2013년 84대 1에서 2022년에는 22대 1로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MZ세대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생일휴가를 부여하는 조례를 발의해 눈길을 끈다. 최근 10년간 저연차(5년 이내) MZ세대 의원면직률. /옥재은 의원실 |
다만 현장에서는 생일휴가로 저연차 공무원들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는 휴가가 아니라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문화, 악성 민원인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라는 것이다.
팀장급 공무원 A씨는 "저연차 공무원들이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분위기, 저임금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악성민원도 일부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휴가를 늘리는 것으로 접근을 한다면 거의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9급 공무원 B씨는 "생일휴가를 준다고 해서 퇴사율을 낮출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제일 큰 (퇴사) 원인은 저임금"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시 9급 공무원 C씨도 "생일휴가가 (퇴사율을 낮추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며 "저임금과 경직된 조직문화, 민원인이 왕이라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시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올해 시 지방직 9급 공무원 월급은 181만5070원이다. 서울시 생활임금보다 57만5054원 적은 액수다.
MZ세대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생일휴가를 부여하는 조례를 발의해 눈길을 끈다. 최근 10년간 서울시 공무원시험 경쟁률. /옥재은 의원실 |
야간·휴일근무 초과근무수당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은 일반 사기업과 달리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 9급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지급단가는 9860원, 8급은 1만416원, 7급은 1만1602원이다.
최부철 서울시공무원노조 사무총장은 "MZ세대들은 일단 급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워라밸'도 따진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는데 공무원 사회가 경직돼있으니까 (퇴사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생일휴가가 이탈을 막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공무원들은 민원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악성 민원인 분리 조치 등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며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하다 발생하는 소송은 기관에서 책임지겠다는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 열심히 일하다 발생하는 피해는 적극적으로 면책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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