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도 칠판도 10년 전 그대로…"세월호 학생들 잊지 않을게요"[르포]
입력: 2024.04.16 16:19 / 수정: 2024.04.16 16:19

세월호 참사 10주기 맞은 안산 단원고 기억 교실
10대부터 70대, 외국인, 장애인까지 추모객 발길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 교실을 찾은 대구 4.16연대원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장윤석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 교실을 찾은 대구 4.16연대원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안산=황지향 기자] 지난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포함해 교사와 여행객, 선원 등이 탑승해 있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중 총 304명이 숨졌다. 단원고 학생 250명은 꽃다운 생명을 피어보지도 못한 채 가족과 친구 곁을 떠났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 교실(기억 교실)'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기억 교실은 단원고 인근에 세워진 별도의 추모 공간이다. 교실을 그대로 남겨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기도교육청 등이 지난 2021년 4월12일 정식 개관했다.

추모객들은 이날 기억 교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10년 전 이곳에서 수업을 들었을 학생들을 떠올렸다. 기억 교실에는 단원고 학생들이 다니던 1~10반 교실과 교무실이 복원돼 있었다. 책상과 교탁, 칠판, TV, 선풍기, 시계까지 보존돼 있었다. 당시 시간표와 사물함, 가정통신문, 공지사항, 급식표, 달력 등도 그대로였다. 2015년 수도권 4년제 대학 안내지도도 붙어 있었다. 모두 2014년 4월에서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고개를 돌려 녹색 칠판으로 시선을 향하니 하얀색 분필로 쓴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이름과 함께 칠판은 '잊지 않을게', '보고 싶다' 등의 낙서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학생들이 사용했던 책상에는 사진과 노란색 장미, 편지, 방명록 등이 놓여있었다. 생전 좋아했던 물건도 보였다. 레고를 좋아하던 학생, 캐릭터 인형을 좋아하던 학생, 식물을 좋아하던 학생들이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 교실에 사고 당시의 달력이 걸려 있다. /장윤석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 교실에 사고 당시의 달력이 걸려 있다. /장윤석 기자

천천히 책상 하나하나에 애틋한 눈길을 두던 추모객들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사진이 모여있던 한 학생의 액자를 한참 지켜보던 한 중년의 시민은 끝내 눈물을 훔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추모객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방문한 부모부터 외국인, 장애인, 10대, 70대 등 세대와 국적을 불문한 이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 교실을 찾았다. 이들은 대부분 미안한 마음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왕십리에서 왔다는 대학원생 정윤지(26) 씨는 "항상 있던 부채감에 수업을 빼고 왔다"고 했다. 정 씨는 "광화문에서도 그렇고 점점 흔적이 없어지는 거 같은데 저라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제 와보게 돼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온 제임슨은 "일부 사람들은 세월호 얘기를 꺼낼 때면 이제 그만 잊으라고도 하지만 아이들 수백 명이 죽은 사건을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17년 단원고를 졸업했다는 손상미(26) 씨는 "희생자 중에 친한 언니들도 있다"며 "저한테는 아프게 남아 있어서 10주기를 맞아 추모도 하고 기억도 하려고 왔다"고 했다.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은 4·16 세월호 참사를 10주기를 맞아 노란 현수막과 후배들이 쓴 손편지가 걸려 있다. /황지향 기자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은 4·16 세월호 참사를 10주기를 맞아 노란 현수막과 후배들이 쓴 손편지가 걸려 있다. /황지향 기자

이날 단원고 앞은 추모객 대신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물결로 가득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햇살은 한줄기도 비추지 않았다.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던 10년 전 그날을 기억하려는 듯 노란 현수막만 펄럭일 뿐이었다.

현수막 수십 개에는 '기억하겠다는 약속,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진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밝혀질 것입니다'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단원고 후배들은 현수막 아래 선배들을 향해 쓴 손편지를 달았다. "형, 누나 하늘에서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부부터 "세월호 언니 오빠 늘 행복하라"는 인사까지 삐뚤삐뚤한 손글씨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정문 앞에는 '세월이 흘러도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정문 앞에서는 노란 꽃을 나눠주고 있었다. 고잔복지센터가 10년째 매년 진행하고 있는 봉사다. 센터 관계자는 "노란 꽃을 가져가 키우면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도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진행됐다. 기억식에서는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사를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 약 2000명은 가슴에 노란 나비를 붙이고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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