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봄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차별' 반발에 가능할까
입력: 2024.04.13 00:00 / 수정: 2024.04.13 00:00

노동계 차별·노동착취 비판 목소리 거세
22대 국회 야당 다수의석 차지…적용 어려울 듯


지난달 24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팩트 DB
지난달 24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전원회의가 열리기도 전 외국인 노동자 차등 적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돌봄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인데 차별과 노동착취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회의가 예년보다 늦은 5월 중순에 열릴 예정이다.

정부와 노동계 등은 최임위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대부분 임기가 5월 13일 만료돼 2025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1차 전원회의를 차기 위원 구성 이후인 5월 중순에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차 전원회의가 늦어지면서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를 근거로 매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업종의 차등 적용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사 간의 이견으로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한번 뿐이다.

매년 최저임금위에서 업종별 차등 여부를 심의했지만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져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외국인 돌봄 인력을 확대하는 고용허가제와 함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한몫했다. 지난 4일 열린 경제분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 때 윤 대통령은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에 이미 거주중인 16만3000명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 결혼 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로 실제 적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일 33개 여성·이주노동자 단체로 이뤄진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를 위해야 할 정부가 노동자의 삶을 서슴없이 위협하고 있다"며 '차별조장'이라고 규탄했다.

이자스민(앞줄 오른쪽 네 번째) 녹색정의당 의원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이주 가사·돌봄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차등적용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자스민(앞줄 오른쪽 네 번째) 녹색정의당 의원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이주 가사·돌봄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차등적용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국내 이주 가사노동자는 휴게 없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체류 불안, 젠더 기반 폭력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다. 정부는 이에 더해 최저임금 배제를 공론화해 차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돌봄 노동은 누군가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한국노총·민주노총·참여연대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돌봄 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봄 노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노동이지만 필요한 만큼의 사회적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돌봄이 저출생·고령화 대비에 중요하다고 하면서 돌봄 노동자 일자리 질 개선을 우선시하지 않고 '저렴한 외국인력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지법'을 발의하며 노동계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pep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