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 필수공익사업 지정 위한 법개정 건의
서울시가 버스 파업 때 지하철처럼 최소 운행이 의무화되도록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나선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3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 파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가 버스 파업 때 지하철처럼 최소운행이 의무화되도록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나선다.
서울시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내버스 운영 개선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도 미비에 따른 버스 운행 중단, 고물가와 승객감소 등으로 심화되는 적자 등 준공영제의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지난 20년간 준공영제를 운영하면서 누적된 문제점들을 집중 개선한다.
먼저 파업 때도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시내버스가 운행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지난달 28일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시내버스 파업은 노조의 12.7% 임금 인상 요구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당일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시의 중재 끝에 4.48% 임금인상, 명절수당 65만원 신설로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파업으로 95% 이상 버스가 멈추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철도 및 도시철도와 다르게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다. 노조원들이 파업에 찬성할 경우 최소한의 운행률을 준수할 의무가 없고 전면 파업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시는 시의회와 함께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노동조합법이 개정돼 시내버스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을 결의하더라도 최소한의 운행률은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민 출퇴근길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버스 파업 때 지하철처럼 최소 운행이 의무화되도록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나선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3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있다. /이동률 기자 |
시민들의 발로서 안정적인 운행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수익 다변화, 노선조정 기준 수립, 재정지원 방식 개선에도 나선다.
시에서 처음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 관리성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다. 시내버스 만족도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해왔다는 평가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운송수입 감소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운송수지 적자가 불어나 준공영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2022년 운송수지 적자는 8571억원에 달했다.
준공영제 아래서는 비용 대비 운송수입 부족분을 시가 전액 보장한다. 버스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됐어야 할 부실 회사들이 재정지원에 의존해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모펀드와 같은 민간자본의 진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시는 민간자본 진출이 준공영제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도록 진입-운영-이탈 단계별로 관리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배당 제한 등을 강화하기 위해 평가 매뉴얼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공적자금으로만 연명하는 부실기업은 법정관리, 인수합병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적자 축소를 위해 연료비를 절감한다. 친환경버스를 2026년까지 2498대 도입하고 수익 확대를 위한 버스회사의 경영혁신 유도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GTX, 경전철 등 다른 교통수단과 시내버스의 중복노선도 손본다. 중복노선으로 시내버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감차가 이뤄져야 하나 버스 1대당 재정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시의 노선조정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시는 용역을 통해 중복노선을 재편하고 건강한 수송분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선조정기준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준공영제 문제점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민간자본 진입, 경전철 등 사회환경 변화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버스 운영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 시내버스는 지난 20년간 준공영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했으나 그간 다양한 교통환경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며 "버스 파업으로 시민에게 큰 불편을 끼친 문제를 보완해 발전된 수준의 준공영제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