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종묘 옆 고층빌딩?…규제 풀자는 서울시의회
입력: 2024.04.11 00:00 / 수정: 2024.04.11 00:00

지자체 개발권 침해 문화재보호법 개정 촉구
문화재청 "한번 파괴되면 복구 불능…신중해야"


서울시의회에서 문화재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건의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적용됐던 엄격한 기준이 완화되는 물꼬가 트일지 이목을 끈다. 건의안을 제출한 김규남 의원. /김규남 의원실
서울시의회에서 문화재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건의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적용됐던 엄격한 기준이 완화되는 물꼬가 트일지 이목을 끈다. 건의안을 제출한 김규남 의원. /김규남 의원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도시개발 제한요소로 작용했던 엄격한 문화재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는 건의안이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다.

그간 문화재청과 서울시·자치구는 수차례 규제를 두고 마찰을 빚었는데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1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규남 서울시의원(국민의힘·송파1) 등 의원 11명이 발의한 문화재보호구역 불합리한 규제완화 및 문화재 주변 지역주민 지원방안 마련 촉구건의안이 만장일치로 지난달 2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건의안은 과도한 문화재 규제로 지방자치단체의 개발권을 침해하는 문화재보호법의 개정과 함께 문화재 인근 지역 주민을 지원할 근거를 명시한 문화재 지역 주민지원법(가칭)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관련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시 조례 개정을 적극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풍납토성과 종묘 등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100m 이내 개발 때 문화재 자체 높이와 앙각(올려본 각도) 규정을 적용하면서 건물 높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해 주변 개발과 도시개발을 저해하고 있다"며 "시가 문화재 보호 조례의 높이규정 완화를 위해 문화재청에 협의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영향을 주는 조례 개정을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5월 문화재보호조례에 규정된 높이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문화재청은 시장 면담 과정에서 협의 요청은 절차상 맞지 않다며 거절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건의안은 대통령비서실, 국회, 국무조정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에 이송된다. 건의안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관계기관에 의지를 전달하면서 더 적극적인 협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이 기대된다.

김규남 의원은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통해 주민의 생존권 및 재산권 보호와 함께 문화유산과 주민이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부처와 적극 협의해 주민들의 아픔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에서 문화재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건의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적용됐던 엄격한 기준이 완화되는 물꼬가 트일지 이목을 끈다. 덕수궁 모습. /서울시
서울시의회에서 문화재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건의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적용됐던 엄격한 기준이 완화되는 물꼬가 트일지 이목을 끈다. 덕수궁 모습. /서울시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의 보호 의무를 명시한 국가유산기본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기본법 7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유산에 관한 보호정책을 수립·시행함에 있어 국가유산의 유·무형적 가치를 온전히 지키고 전승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나 국가유산은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사유재산권과 문화재 보존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서로 조금씩 조정해가면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화재 당국과 시·시의회는 이런 규제를 두고 여러차례 마찰을 빚었다. 문화재 보호와 도시개발이라는 가치가 상충되는 지점에서 서로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김규남 의원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에 따라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19조 5항을 삭제한 시의회에 문화재청과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삭제된 19조 5항은 국가지정문화재 100m 이내, 지정문화재 50m 이내의 문화재보호구역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공사가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공사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시와 문화재청은 지난해 덕수궁 돌담길 개방을 두고 부딪쳤다. 세종대로와 맞닿은 덕수궁 돌담길을 허물어 보도를 넓히고 녹지 공간을 확보하려는 계획에 문화재청이 제동을 걸었다.

문화재청 심의로 개발사업에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다. 문화재청이 풍납토성 보존·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부동산 개발을 제한하자 송파구는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문화재청이 풍납동 주민들의 재산권에 큰 제한을 가하는 내용의 규제를 구의 건의사항을 전혀 수용하지 않고 강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주민 재산권 보호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의안 통과에 대한 문화재청 반응은 아직까지 없다"며 "주민들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합리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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