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하지 않는 범죄자…전 세대 스며든 '혐오정치'
입력: 2024.01.28 00:00 / 수정: 2024.01.28 00:00

"테러를 정치행동으로 잘못 해석"
"모방 범죄 우려…강력 처벌 시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괴한의 습격에 쓰러지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 군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 빌딩 1층에서 돌로 배 의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사건 현장 CCTV 영상. /배현진 의원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괴한의 습격에 쓰러지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 군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 빌딩 1층에서 돌로 배 의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사건 현장 CCTV 영상. /배현진 의원실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이윤경 인턴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괴한의 습격을 받으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대상 테러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 사건의 피의자는 60대 남성, 배 의원 사건은 10대로 밝혀지는 등 세대를 가리지 않고 번지는 정치인 테러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혐오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테러는 일반 범죄와 차별화된다. 이재명 대표를 습격한 김모 씨, 배현진 의원을 가격한 A 군 모두 일반 범죄자와 달리 현장에서 도주하지 않았다. A 군은 출동한 경찰에게 "도망치지 않을 테니 체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기 나름대로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15살 학생이 국회의원을 공격할 정도로 정치가 상당히 일반 국민들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학생이면 공부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해야 하는데 추정컨대 또래보단 유튜브 등 선호하는 사이트를 통해 정치적 측면을 왜곡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낮은 연령의 정치적 테러인데, 정치가 우리 국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로 대표되는 MZ세대의 정치적 폭발성을 목도하고 있는데, 정치적 각성이 20~30대를 넘어 10대한테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며 "중·고등학생들 단체카톡방을 보면 정치적 얘기는 많이 하는데 체계적이지 않다. 청소년에게 정치적 활로를 터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배 교수는 "이재명 대표를 공격한 피의자는 본인을 열사로 여기고, 의인으로 여긴다. 그게 청소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해석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정치인을 때리는 것도 정치적 행동이라고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병문안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병문안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모방 범죄를 우려하며 정치인 테러에 강력한 처벌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 교수는 "정치인 테러가 계속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모방 범죄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혼자 ‘뇌피셜’로 세상을 재단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내면에 잠자고 있던 공격 욕구를 모방 행동을 통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테러범을 더 강력히 처벌하지 않으면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재 배 의원을 습격한 10대 A 군을 특수폭행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A 군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 빌딩 1층에서 돌로 배 의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한 혐의를 받는다. A 군은 배 의원이 쓰러진 후에도 10여 차례 배 의원의 머리를 더 내리친 것으로 드러났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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