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아 서울교통공사 차장 인터뷰
뮤지컬 작가로 데뷔…영화에도 참여
조정아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차장이 2일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힘들겠지만 계속 쓰려고요. 올해 목표는 '드라마 하나 만들기'입니다. 제 갈망에 대한 결실을 보고 싶어요."
'시민의 발' 지하철 직원이자 이른바 '부캐'는 시나리오 작가인 조정아(49) 서울교통공사 차장의 새해 포부다.
지난 2일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조 차장은 "나이가 좀 있긴 하지만, 꿈을 못 꿀 정도로 나이가 엄청 들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IMF 외환위기 여파가 여전했던 1999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그때 목표는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수험생활을 거쳐 같은 해 서울구치소 교도관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0년 7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교통공사 전신)에 입사했다.
안정된 직장인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반려견의 집사로 남 부럽지 않을 법했던 그의 가슴 한 편에는 항상 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어느날 돌아보니 스물세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서른이 될 때까지 책을 한 자도 읽지 못했다. 글과 멀어진 자신이 창피해졌다.
이렇게 가슴 한 구석에 묻어뒀던 꿈은 2007년 뮤지컬 '화성을 꿈꾸다'의 작가로 데뷔하면서 현실이 됐다. 출산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수정 요구가 들어오면 밤새 글을 쓰고 출근했다. '글 쓰는 맛'이라는 희열이 되살아났다.
이후 저예산 영화인데도 35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귀향'의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친오빠이자 대학 동창인 조정래 감독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35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귀향'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친오빠이자 대학 동창인 조정래 감독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영화 '귀향' 포스터. / 와우픽쳐스 |
지난해 3월에는 스토리텔링 심리학 서적 '호구의 탄생'을 집필했다. 자신의 우울·열등감에 대해 '왜 그럴까?'라는 의문에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고, 임상심리사, 직업상담사 등 자격증을 따면서 쓰게 된 책이다.
올해는 여성 형사반장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쓰는 것이 목표다.
그는 "쟁여놓은 이야깃거리는 많은데 구슬을 못 꿰서 답답하다"며 "문 닫고 한 달만 절에서 살고 싶은 심정인데, 강아지와 수험생인 고등학생 딸도 키워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제 곧 50대지만 조 차장은 '로맨스 같은 올드하면서도 허튼 꿈'을 꾼다.
올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조 감독의 차기작 '초혼-다시 부르는 노래'에도 참여한다. 1990년대 초 대학 민중노래패 동아리를 소재로 한 영화다.
그는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X세대는 민주주의를 노래하며 그 와중에 연애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던 세대였다"며 "그 시대 청춘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고뇌했고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본업은 역시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차장'이다. 직장에서는 지하철 전자사보 '공감메트로'의 편집자로 근무한다. 지하철 영업사업소와 감사실, 홍보실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각양각색 의견을 조율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명실상부 지하철 1위 기업을 다니는 자부심이 있어요. 현장의 목소리도 경영진의 목소리도 들으며 조화를 이루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