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승리" vs "히틀러식 만행"…개 식용 금지 찬반 논란 격화
입력: 2024.01.10 00:00 / 수정: 2024.01.10 00:00

동물권단체 "동물해방의 시작"
육견협회 "기본권 강탈한 쿠데타"


식용을 위한 개 사육 및 도살을 금지하는 이른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조소현 기자
식용을 위한 개 사육 및 도살을 금지하는 이른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조소현 기자

[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식용을 위한 개 사육 및 도살을 금지하는 이른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격화하고 있다. 개 식용 금지에 따른 보상을 놓고 육견 관련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향후 진통도 예상된다.

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날 '대한민국 동물권의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대한민국 동물권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역사가 될 것"이라며 "처음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모든 동물 활동가와 국민들의 염원인 개 식용 금지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평생을 가둬놓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치료도 못 받으면서 동물학대에 시달렸다"며 "지금이라도 사죄하는 마음으로 (강아지들의) 여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동물해방물결도 "이번 특별법 제정은 대한민국 동물 해방의 시작이며 동물권의 커다란 승리"라며 "개 잡는 선진국이란 오명은 벗어 던지고 세계에서 유일무이했던 개 식용 산업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정의롭고 빠른 이행"이라며 "개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최단기간 종식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먹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며 직업 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받는데, 하루아침에 재산권을 강탈하고 직업과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빼앗은 정치적 쿠데타"라며 "김정은이나 히틀러보다도 더 심한 폭력이고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생계 대책이나 보상에 대한 논의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입법됐다"며 "재산을 빼앗기고 거리에 나앉게 된 상황인데 어떻게 그냥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고기 등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한목소리로 반대의 입장을 전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윤경 인턴기자
개고기 등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한목소리로 반대의 입장을 전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윤경 인턴기자

개고기 등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70대 전모 씨는 "식용 개와 애완용 개가 서로 다르다. 소, 닭, 돼지 다 키워서 먹는데 개도 도살장을 규정해서 가축으로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조상 때부터 내려온 음식을 갑자기 없앤다고 하면 어떡하나. 보상도 없이 무조건 없애면 다 죽으라는 거밖에 더 되냐"고 토로했다.

보신탕을 즐겨 찾는다는 시민 정모(62) 씨는 "평생을 먹었다. 환자였는데 수술 몇 번 받은 뒤 보신탕 먹고 일어났다"며 "이게 서민 음식이고,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음식인데 갑자기 못하게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양모(30) 씨는 "강아지를 키우기 전부터 개 식용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개를 식재료로 인식한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것 같다"며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동물인데 먹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 통과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3년 유예기간을 두고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어쨌든 법적, 제도적 문제 없이 영위해오던 영업이었기 때문에 지원은 물론, 유예기간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 최모(26) 씨는 "어렸을 때 말고 근 15년간 개를 먹은 적은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까지 이상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개인의 가치관, 선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 식용이 일반 시민에게 건강상 문제나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법적으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며 "사육이나 도살과정에서의 비윤리성이 입법의 근거라면 기존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단속을 강화하는 방법 등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2002년 7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더팩트 DB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2002년 7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더팩트 DB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10인 중 찬성 208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개 식용 금지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의 금지와 위반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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