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노조 삼국지'…MZ 중심 '올바른노조' 교섭권 땄다
입력: 2024.01.09 00:00 / 수정: 2024.01.09 10:00

올바른노조, 공공기관 MZ노조 최초 개별교섭권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노조가 공공기관 MZ노조 최초로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개별교섭권을 획득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틀간 경고 파업을 예고한 지난해 11월 9일 오후 1호선 서울역에 운행 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예원 기자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노조가 공공기관 MZ노조 최초로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개별교섭권을 획득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틀간 경고 파업을 예고한 지난해 11월 9일 오후 1호선 서울역에 운행 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노조'가 공공기관 MZ노조 최초로 임단협 개별교섭권을 얻으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3자 경쟁구도가 불가피해졌다.

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4일 공문을 통해 '2024년 임단협 관련 개별교섭 요청에 대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별 교섭에 동의한다'고 올바른노조에 통보했다.

회사에 노조가 여러 개 있으면 사측은 노동조합법에 따라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은 뒤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해야 한다. 복수노조와 일일이 교섭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다. 다만 예외 조항에 따라 사용자가 일부 노조와 개별 교섭을 할 수도 있다.

전체 임직원 1만6000명인 서울교통공사는 총 3개 노조가 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조합원 1만300명으로 제일 많다. 한국노총 소속인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약 2800명, 올바른노조는 약 2000명이다.

MZ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출범한 올바른노조는 오세훈 시장 임기 들어 위상이 커지고있다. 올바른노조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반발한 20~30대 젊은 사무직 직원들이 주축이 돼 2021년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에 2순위인 장기현 후보 대신 3순위를 차지한 올바른노조 조은호 후보가 임명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는 2명으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갖는다. 임기는 총 3년으로 1일부터 2026년 10월 31일까지다. 올바른노조가 이사회에 노동이사로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올바른노조의 개별교섭권 획득에 오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오 시장의 의중에 따라 (공사가) 정해진 수순을 밟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판단한다"며 "이미 오 시장이 지난해부터 올바른노조에 교섭권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직원투표 결과에 불복하고 노동이사를 임명한 사례에서 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노조가 공공기관 MZ노조 최초로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개별교섭권을 획득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조 2차 총파업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노조가 공공기관 MZ노조 최초로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개별교섭권을 획득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조 2차 총파업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공사 입장에서는 교섭 과정이 한층 번거로워졌다는 분석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2노조가) 연합교섭단을 구성해서 교섭을 했던 예전에 비하면 올바른노조와 개별교섭을 하게 되면서 더 번거로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가 연합교섭단을 꾸려 공사와 협상에 임했는데 이제는 3개 노조가 개별적으로 교섭에 임해야 하는 변화가 생긴 탓이다.

이를 근거로 공사는 내심 개별교섭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바른노조는 당장 올해부터 임금·단체협약 개별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여태까지 기존 노조가 정말 직원만을 위해서 일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올바른노조가 생겨난 만큼 직원만을 위한 합의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노조와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노조가 공공기관 MZ노조 최초로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개별교섭권을 획득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오세훈 시장이 경동 스타벅스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모습.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올바른노조가 공공기관 MZ노조 최초로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개별교섭권을 획득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오세훈 시장이 경동 스타벅스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모습. /서울시

3개 노조가 경쟁 구도에 들어가면서 교섭 타결 속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관계자는 "3개 노조간 경쟁이 붙어 교섭 타결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노조의 교섭은 2월 대의원선거를 거쳐 대의원이 구성되면 5월쯤 임단협 안건을 상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안건이 대의원회의에서 통과되면 바로 공사와 한두달 실무교섭에 들어가고 8월에 3차에 걸친 본교섭을 진행한다. 만약 교섭이 결렬되면 조정 절차를 밟는다.

한 노조가 먼저 교섭이 타결되면 다른 노조와 비교가 돼 더 빠른 시기에 3개 노조의 교섭이 타결될 것이란 설명이다.

파업에 부정적이던 올바른노조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올바른노조는 지난해 양대 노조가 파업을 할 명분이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조합원 이익을 위해서는 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송시영 위원장은 "파업이 필요하면 물론 참여할 것"이라며 "다만 파업의 전제는 직원들한테 이득이 돼야 한다. 이득되지 못하는 파업은 그저 정치세력화한 파업일 뿐이다. 여태까지 (기존 노조의) 파업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없었다"고 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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