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현장 특성상 근접 경호 어려워"
"유권자 접촉 정치인, 밀착 경호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다가오는 총선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의 지원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이 대표 모습. /더팩트 DB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에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이 대표 사건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경호에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면서 과잉 논란도 일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은 밀착 경호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정치인의 특성상 근접 경호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시민과 직접 만나 소통해야 하는 선거 유세현장의 경우 근접 경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는 경호에는 숙련된 역량이 필요하다. 김환목 신안산대 경호경찰행학과 교수는 "경호원은 유권자와 시민들 속에 숨어 있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눈빛과 표정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하며 공격행위가 일어나는 손에 대한 감시와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경호대상자에게 접근해 오는 사람은 이유와 목적이 확인되기 전까지 확실하게 막고 통제해야 된다"고 했다.
다만 정치인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인은 경호가 어렵다"며 "시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표를 얻거나 자신을 알려야 하는 정치인을 지나치게 밀착해 경호하다 보면 소통하기가 힘들어지고 반대의 경우엔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경우 피습 당시 선거 기간이 아니라 경찰의 근접 경호대상은 아니었다. 이에 경찰은 총선을 앞두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주요 인사 전담보호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과잉 경호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밀착 경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이 요인 경호를 하는 시기에도 정치인의 경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괴한의 커터칼 피습으로 얼굴을 다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경호 정도를 정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암나루근린공원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자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
김환목 교수는 "경호의 핵심은 통제이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유권자, 시민 모두를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을 위한 통제를 국민과 경호대상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치인 테러'와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야 간 합의를 통한 경찰의 경호 가이드라인 정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윤호 교수는 "이 대표 피습 당시 수십명의 경찰관이 인파 관리, 질서 유지, 교통 통제를 했다"며 "경찰은 당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봤다. 이어 "정당과 경찰이 공조를 해야 하고 서로 합의를 봐야 한다"며 "여야는 어느 수준에서 어느 지위의 사람까지 어느 정도의 경호를 하는 것이 좋을지 합의해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선거의 경우 민간 경호업체를 동원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박준석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는 "이번에도 경찰은 제대로 했다"며 "이제는 민간 경호업체들도 수준급으로 전문화돼 있으니 여야가 법제화를 통해 경호업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