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홍보하면 신고·고발 가능 규정
민간 플랫폼 활용도 불가…일본은 적극
지방자치단체 재원 확보 목적으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1년을 맞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와 처벌 조항에 손발이 묶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지방자치단체 재원 확보 목적으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와 처벌 조항에 손발이 묶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향사랑e음'으로 단일화된 플랫폼을 민간에도 개방하고 사적 홍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모금액은 198억7000원이다. 총 16만9310명이 참여했고 1인당 평균 금액은 11만7000원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개인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이를 모아 주민복리 증진 등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금 한도는 개인당 연간 500만 원이며, 기부금액 10만 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 10만 원 초과시에는 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기부금액의 30% 이내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한다. 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및 청소년 보호,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에 사용된다.
저출생과 고령화 등 인구감소로 발생할 수 있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실질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한 만큼 지자체들의 기대도 크다.
다만 시행 1년이 넘어가는 가운데 기부와 모금 활동에 제약이 많아 손발이 묶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처벌 규정이 대표적인 제약으로 꼽힌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홍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행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기부 또는 모금을 적극적으로 권유·독려한 자를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고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서울의 A자치구 관계자는 "안 그래도 기부금 모집에 어려움이 많은데 홍보 행위 처벌 규정까지 있어 불합리하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B자치구 관계자도 "지자체들끼리 실적이 비교되는데 홍보가 불가해 기부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박성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연구위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전략 수립방안' 보고서에서 "현행법에서는 지자체가 개별적인 전화와 통신수단을 사용해 기부금 모금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같은 모금수단의 제한은 기부 참여를 끌어내는 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지방자치단체 재원 확보 목적으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1년을 맞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와 처벌 조항에 손발이 묶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창군이 19일 구례, 곡성, 담양 3개 군수들과 함께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고향사랑기부금 300만원을 릴레이 기부식을 가졌다./순창군 |
민간 플랫폼 진입 법적근거가 모호한 점도 걸림돌이다.
현행법은 지자체장이 지정한 금융기관과 정보시스템(플랫폼), 지자체 청사,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기부금을 접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시행령에는 정부와 지자체는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업무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그 밖의 공개된 장소'를 물리적인 지점으로 해석해 지역정보개발원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에서만 온라인 접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이를 접수를 받는 수단(창구)으로 폭넓게 해석하면 민간 플랫폼이 포함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박도 나온다.
양석원 사단법인 열린옷장 사외이사는 지난달 국회토론회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일정보시스템 운영으로 경직성과 기부자 접근성 불편, 사용 시 지속적인 문제 발생,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모금에 대한 과도한 개입 등으로 활성화가 어렵다"며 "온라인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고, 독점시스템으로 경쟁이 없어 서비스에 대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플랫폼을 통해 성과를 낸 지자체도 있다. 광주시 동구는 올 7월부터 민간플랫폼을 통해 '발달장애청소년 ET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보존' 두 가지 주제로 지정기부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12월 31일까지 5개월 간 6억3600만 원을 모금했는데, 고향사랑e음을 통해 12개월 동안 모금한 금액은 2억8900만 원으로 더 적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에서 민간 플랫폼 사용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민간플랫폼이 모금 기획부터 마케팅 지원, 기부자 관리까지 맡으면서 구 홍보예산도 절감할 수 있었다"며 "담당 공무원들은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롤모델인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40여 개 민간 플랫폼이 참여해 답례품 정보 제공뿐 아니라 홍보도 대행하면서 활발한 모금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 플랫폼인 '라쿠텐후루사토납세'는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기부액의 최대 30%까지 제공한다.
행안부는 민간 플랫폼 진입 허용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에서 말하는 공개된 장소는 물리적인 장소를 뜻한다"며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민간플랫폼과 관련한 부분은 입법되지 않아 명확한 근거를 법 개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