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스프레이 오염물질을 제거한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난해 12월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이 4일 1차 복원을 끝낸 모습을 공개했다. 복구작업을 위해 가림막으로 가려진 지 19일 만이다. 시민들은 복구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앞에 시민들의 발길이 멈췄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가림막이 철거되는 경복궁 담장의 모습을 담았다. 낙서가 지워진 영추문 담장이 보이자 일부는 얕은 감탄을 내뱉었다. 길이 6.9m, 높이 2m에 달하는 스프레이 낙서가 있던 곳이었다.

얼룩졌던 영추문 담장의 낙서는 모두 제거된 모습이었다. 다만 거무스름한 자국들이 상처로 남았다. 화강암 담장에 가까이 다가서자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던 색상 차이가 비교적 뚜렷했다. 낙서가 제거된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낙서 길이만 16m에 달했던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측 담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흉측했던 낙서는 사라졌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역시 얼룩진 상흔이 선명했다. 사라진 낙서 대신 희끗희끗한 얼룩이 담장을 차지했다.

담장 너머 경복궁으로 들어가자 수십명의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일부는 박물관 쪽문으로 나가 낙서가 있던 자리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문화재청은 이날 1차 복구작업을 마치고 가림막을 철거했다. 복구작업에 참여한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는 "정면 각도에서 보이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제거했으나 생채기가 남아 있는 것은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장에서 낙서 복구 작업으로 설치됐던 가림막을 철거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 연구사는 영추문 앞으로 이동해 스프레이 낙서 제거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스프레이가 뿌려진 화강암에 레이저를 쏘자 낙서가 지워졌다. 이 연구사는 '낙서 제거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묻자 "기본적으로 겨울에 작업하지 않는다"며 "넓은 부분에 낙서가 돼 있어 많은 인원이 투입됐고 추운 날씨로 제거 작업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 연구사의 말처럼 문화재청은 추운 날씨와 석재 상태를 고려해 스프레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응급 복구 위주로 작업을 했다. 영추문 주변은 전체적으로 석재 상태가 평편해 미세 블라스팅 방법으로 복구했다.

박물관 쪽문 주변은 양쪽의 상태가 차이를 보여 보전처리 방법을 달리 적용했다. 좌측 담장은 석재 상태가 좋지 않아 레이저 클리닝으로 반복 작업하고 모터툴로 마무리했다. 우측 담장은 상대적으로 석재 상태가 양호했으나 낙서 범위가 넓어 화학적 방법과 물리적 방법을 병행한 뒤 색 맞춤을 진행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담장 표면 상태를 점검, 변화 상태와 색 맞춤 변화 정도를 고려해 2단계 보전 처리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 유산에 대한 훼손 재발 방지를 위해 궁궐 담장 CC(폐쇄회로)TV 추가 설치, 순찰 강화, 현장 대응 인력 확대 등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낙서 금지 안내 배너 42개를 설치했으며 4개 국어로 작성한 안내판도 32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뜻하지 않게 감사 인사와 응원을 보내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소영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은 "(제거 작업 중에) '추운데 고생한다', '힘내라' 등의 따뜻한 말과 음료수, 간식 등을 챙겨준 분들도 계셨다"며 "지난주에는 울산 거주자로부터 손편지와 함께 붙이는 핫팩을 택배로 받았는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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