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취준생의 비명②] 생활비·어학응시료 갈증…정부지원도 '하늘의 별따기'
입력: 2024.01.03 00:00 / 수정: 2024.01.03 00:00

취준생 35% "생활비 마련 가장 힘들어"
토익·오픽 등 필수 어학시험 지원 안 돼


취준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을 생활비 마련이라고 꼽았다. 정부가 청년 구직 활동 지원을 위해 식대 보조나 강의료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란 취준생들의 의견이 나온다. /더팩트 DB
취준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을 '생활비 마련'이라고 꼽았다. 정부가 청년 구직 활동 지원을 위해 식대 보조나 강의료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란 취준생들의 의견이 나온다. /더팩트 DB

최근 한 취업사이트가 317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24년 채용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이 77%를 넘는 등 올해도 채용시장 전망은 밝지 못하다. 취업전선에서 악전고투 중인 MZ세대에게는 힘빠지는 소식이다. 정부는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도는 높지 않은 듯하다. <더팩트>는 2회에 걸쳐 MZ 취준생의 고통은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취업난과 고물가에 괴로운 취업준비생(취준생)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지원제도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취준생들은 "모집 자격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취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요소와 괴리가 있다"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 생활비 마련 가장 힘든데…"실질적 지원받기 어려워"

3일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지난달 7일 20~40대 성인남녀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취준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활비(돈) 마련'(35.5%)으로 나타났다. 지속되는 불합격 통보에 따른 '자괴감과 슬럼프'(28.7%),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24.7%)이 뒤를 이었다.

취준생 지원제도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에서 운영 중인 '국민취업지원제도'다. 국민취업제도는 취업 촉진 수당으로 6개월간 50만원씩 지원한다. 취준생들에게 필요한 생활비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가구중위소득 60% 이하, 재산 4억원 이하 등 충족 요건이다.

공인노무사를 준비하고 있는 유모(26) 씨는 "주거와 식대 등 비용이 부담돼 지자체 지원을 알아본 적이 있으나 요건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 구직 활동 지원 명목으로 시행되는 각종 문화 활동이나 강연보다는 식대 보조나 강의료 및 독서실 비용 지원 등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취준생 황모(27) 씨는 "소득분위 때문에 국민취업제도로 월 20만원 정도 지원받았다"며 "이전에 벌어뒀던 돈을 취업 준비로 상반기에 다 써서 결국 생활비와 교재비 등을 부모에게 받아 사용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취준생 등에게 학원 수강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토익, 오픽, 한국사 등 자격증 시험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취준생들은 필요한 자격증에 지원이 안 되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다. /더팩트 DB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취준생 등에게 학원 수강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토익, 오픽, 한국사 등 자격증 시험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취준생들은 필요한 자격증에 지원이 안 되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다. /더팩트 DB

◆ 현실 반영 못한 제도…"실용적·실질적 지원 필요해"

고용노동부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직장인과 취준생 등에게 학원 수강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취준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토익이나 오픽, 한국사 등 일부 자격증 시험 응시료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동부는 "토익, 오픽 등의 외국어가 취업하고자 하는 직무와의 연관성이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서도 "프로그램 목적이 직업훈련이고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토익과 같이 범용적인 자격증에까지 지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 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가 발행한 ‘Z세대 트렌드 리포트. 취업 편’에 따르면 대학교 4학년 평균 보유 스펙은 2.9개다. '자격증(66.3%)', '어학 점수(47.1%)'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 국민내일배움카드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황모(28) 씨는 "한 달에 20만~30만원씩 하는 영어 학원비와 교재비가 정말 부담이 됐지만 정부 지원에는 해당하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정부 지원이 가능한 컴퓨터학원을 등록해 다녔다"고 말했다.

황 씨는 "컴퓨터학원도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이 됐지만, 학원비와 교재비, 시험비 등 모든 게 다 가격이 올랐다. 취업에는 꼭 필요한 어학도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일부 지자체는 어학 시험 응시료, 면접 헤어·메이크업 비용 등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1회뿐이다. 마포구청은 '2023년 청년 취업 준비 비용 지원사업'으로 1인 생애 1회 최대 5만원을 시험 응시료 및 면접 헤어·메이크업 비용으로 지원했다. 올해 226명의 취준생이 해당 제도를 이용해 혜택을 받았다.

지원사업에 대한 취준생들의 반응이 좋아 마포구청은 내년부턴 지원금액을 2배 올릴 계획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담되는 시험 응시료 등을 지원하다 보니 취준생 사이에서 반응이 워낙 좋았다"며 "내년에는 더 도움이 되기 위해 예산을 늘려 지원 금액을 10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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