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가래흡입 사망' 간병인 집행유예…지시한 의사는 선고유예
입력: 2023.12.20 12:04 / 수정: 2023.12.20 12:04

"의료인력 부족... 간병인 석션 시술은 관행"

요양보호사에게 뇌출혈 환자의 가래 흡입(석션) 시술을 맡긴 대학병원 의사가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새롬 기자
요양보호사에게 뇌출혈 환자의 가래 흡입(석션) 시술을 맡긴 대학병원 의사가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뇌출혈 환자에게 가래 흡입(석션) 시술을 한 요양보호사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요양보호사에게 석션 시술을 시킨 대학병원 의사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의사 신모(62) 씨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경미한 피고인에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특정 사고가 없는 경우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신 씨의 지시를 받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가 환자를 숨지게 해 의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이모(65)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 씨는 간병인으로 고용된 이 씨에게 석션 시술을 가르치고 직접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2021년 4월 뇌출혈 환자 전모(62) 씨의 간병인으로 고용돼 신 씨의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직접 석션 시술을 하다가 의료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같은 달 18일 오전 3시께 기관 절개 시술을 받은 전 씨의 석션 시술을 하던 중 간이침대에서 잠들었다. 그 사이 기관내 손상 및 호흡 관란 증상을 보인 전 씨는 두 달 뒤 뇌손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신 씨는 "석션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이 씨에게 직접 시술을 교육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면허를 가진 자 외에는 의사의 지도하에서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고, 의료행위를 할 면허 또는 자격이 없는 한 의료인과 같은 수준의 전문지식이나 시술능력을 갖췄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석션 시술은 반드시 의료인에 의해 시행돼야 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에서 의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중증 환자가 아닌 한 관행적으로 간병인 등에 의해 석션 시술이 자주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 인력 확충 등 의료시스템 개선 없이 모든 환자에 대한 석션 시술이 의료인에 의해 시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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