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밤새 눈에 강추위 겹쳐
서울시 제설 비상근무 1단계
20일 밤새 내린 눈으로 시민들이 지하철에 몰리면서 출근길 혼잡이 빚어졌다. /김영봉 기자 |
[더팩트┃사건팀] 20일 오전 서울과 수도권에 밤새 내린 눈과 강추위가 겹치면서 출근길 혼잡이 빚어졌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교통체증을 피하려는 시민들로 평소보다 붐볐다. 거리 곳곳에선 빙판길로 불편을 겪었다.
이날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8도,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했다. 대부분 패딩 등 두꺼운 외투는 물론 털모자, 목도리, 장갑, 귀마개, 부츠 등을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스크를 쓰고 핫팩을 손에 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눈 소식에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곳곳에선 혼잡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 은평구 응암역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평소에 비해 버스 도착 시간이 늦어지면서 정류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같은 시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 버스정류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뒤늦게 버스가 도착해도 이미 만차라 정류장을 그냥 통과하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얼어붙어 미끄러운 도로 사정으로 인해 시민들을 가득 태운 버스마저 거북이걸음을 했다.
직장인 이동민(39) 씨는 "평소 같으면 벌써 몇 대가 왔을 텐데 눈 때문에 버스도 안 온다"며 "전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음료 마시는 사람)’인데 오늘은 못 마시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으로 출근한다는 강모(31) 씨는 "어제 눈이 많이 와서 노면이 많이 미끄러운지 버스가 평소보다 천천히 가는 느낌"이라며 "원래 환승해서 버스 계속 타고 가는데, 오늘은 혹시 출근 시간에 늦을까 걱정돼 중간에 지하철로 갈아탔다"고 전했다.
20일 오전 8시께 내리막길이 많은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 골목에는 시민들이 발길을 서두르면서도 혹여 눈길에 미끄러질까 보폭을 줄이는 모습이었다. /김영봉 기자 |
지하철도 출근길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오전 8시20분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인파로 발걸음을 떼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플랫폼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시민들이 떠밀리듯 올라갔다. 지하철 2호선 방배역도 붐볐다. 강남역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는 플랫폼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겨우 열차에 몸을 실었지만 곳곳에선 "아. 그만 타요", "이러다 눌려 죽겠어요"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리의 시민들은 빙판길로 불편을 겪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는 시민들도 보였다. 이날 오전 8시께 내리막길이 많은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 골목에는 발길을 서두르면서도 혹여 눈길에 미끄러질까 보폭을 줄이는 모습이었다. 종종걸음으로 천천히 내려온 시민들은 출근 시간에 늦을까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30대 여성 김모 씨는 "집에서 나오자마자 눈이 많이 온 것을 알았다. 눈이 다 녹지 않은 탓에 내려오는데 혼났다"며 "출근이 늦어서 빨리 가봐야 한다"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40대 여성 고모 씨 역시 "경사진 데가 많아서 내려오다 죽을 뻔했다. 거북이처럼 내려와 한참 걸렸다"면서 "미끄럼방지를 위한 제설작업도 안 돼 있던데, 퇴근길엔 정비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전날 오후 1시부터 제설 비상근무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4635명과 제설 차량 및 장비 1166대를 투입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부터 다시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돼 대부분 지역에 한파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했다. 다음날인 21일까지 호남 서해안과 제주 산지에는 30cm 이상, 충남 서해안과 전남 북서부에 20cm 이상, 그 밖의 충청과 호남에 최고 10cm가량의 많은 눈이 내리겠다. 도로 곳곳 빙판길이 우려돼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j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