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연기 요청에도 시의회 '시큰둥'
김현기 의장 "원칙상 불가"
서울시의회가 내년 예산안을 표결하는 본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TBS가 폐국의 기로에 섰다. 정태익 TBS 대표이사가 6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라디오 공개홀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공영성 강화를 위한 TBS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TBS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 내년 예산안을 결정하는 서울시의회 본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TBS가 사실상 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1990년 첫 방송을 내보낸 33년 역사의 공영방송이 사라질 상황이다.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TBS 지원 폐지조례에 따라 내년도 시 예산안에는 TBS 출연금이 편성되지 않았는데,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시의 출연금 폐지 유예 요청에 대해 의회 운영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4일까지 내년도 서울시와 시교육청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해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2024년 1월 1일부로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당시 김어준씨가 진행한 TBS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의 정치 편향 등을 이유로 가결을 주도했다.
같은 해 12월 해당 조례가 공포됐고, 시가 TBS를 지원할 근거는 사라졌다.
하지만 시는 TBS의 혁신·독립경영을 위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6일 조례 시행을 6개월 연기해달라고 시의회에 긴급 요청했다. 다만 조례안을 만들어 제출하지는 않았다.
TBS도 지난달 27일 정태익 대표이사와 박노황 이사장 공동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효율적인 조직 재구성과 민영화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시적 시행 연기를 시의회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기 의장은 지난달 서울시가 폐지 조례 시행 6개월 연기를 요청했을 당시 "의회 규칙상 의안(회의 안건)은 회기 15일 전까지 제출해야 하고 '긴급' 사안일 경우 예외가 인정되지만 TBS 문제는 1년 가까이 논의된 만큼 긴급과는 거리가 멀다"며 "의회가 예외를 인정해주면 '15일'과 '긴급' 두 조문이 사문회되는 선례가 남는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의회가 내년 예산안을 표결하는 본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TBS가 폐국의 기로에 섰다. 7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9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에서 이종배 국민의힘 시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하는 가운데, 김규남 의원 등이 정태익 TBS 대표에 대한 발언을 비판하며 '의회 모독 규탄한다'는 문구가 담긴 종이를 부착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15일 본회의를 앞둔 시점에서도 김 의장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소속 한 시의원은 "김 의장이 의총에서 (출연금 폐지 연기를) 결정해도 본인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김 의장은 "의총 결정이 있더라도 의장으로서는 법령과 원칙을 어겨가며 특정 안건을 상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30명이 TBS 지원 폐지조례 시행일을 2년6개월 연기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
이병도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은 "현재 예정된 문광위 의사일정이 19일인데 본회의는 15일이라 본회의 전에라도 원포인트로 문광위 회의를 열어서 처리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예산 편성이 되지 못하고 예정대로 TBS 폐지조례가 내년 1월 1일자로 시행될 분위기다.
이상욱 서울시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타결이 갑자기 될 수도 있어서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잘 안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TBS가 구체적인 혁신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장만 해달라고 하니 시의회 입장에서도 명분이 없다"며 "민영화 준비 시간을 달라는 것도 폐지조례를 처음 진행하고 있을 때부터 TBS에서 당연히 민영화 대비 작업들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광위 소속 이종배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도 "민영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시의회와 소통하고 협조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냥 막연히 지원해달라고 하니까 시의회에선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아직 출연금 폐지가 확정된 건 아니다. 안건이 발의되면, 의장에게는 긴급하다고 인정해 긴급안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
다만 이마저도 국민의힘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이종배 의원은 "긴급 안건 발의 가능성은 없다"며 "(TBS 폐지 조례 시행을 막기 위한) 시의 적극적인 소통과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