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혼잡통행료 유지 가닥…'2000원의 가치' 논란
입력: 2023.12.11 00:00 / 수정: 2023.12.11 00:00

시, 혼잡통행료 징수 위탁비 예산 제출
우회도로와 형평성, 이중과세 문제 논란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시의회에 내년 예산을 제출했다. 남산터널 모습. /이선화 기자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시의회에 내년 예산을 제출했다. 남산터널 모습.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시의회에 내년 예산을 제출했다. 도심지 교통 혼잡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취지지만, 서울 도심지로 접근하는 다른 도로와의 형평성 문제와 이중과세 문제 등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최근 시의회에 내년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위탁비로 68억8800만 원을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징수 위탁비 73억3600만 원보다 줄어든 금액이다.

시는 최근 내부적으로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유지 방침을 정하고 20일 전문가·시민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시행한 통행료 면제 정책실험 결과 등을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다.

1996년 11월 11일부터 시작된 혼잡통행료는 현재 2000원으로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전자 포함 2인 이하가 탑승한 10인승 이하 승용차 또는 승합차를 대상으로 징수한다.

올 상반기 혼잡통행료 징수를 면제한 결과, 터널 통행량은 늘고 도심지역 통행속도는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평시 혼잡통행료 징수시간대인 오전 7시~오후 9시 기준 7만5619대였던 남산터널 통행량은 양방향 면제 기간 8만5363대로 12% 증가했다. 이후 재징수를 시작하자 다시 면제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양방향 면제 시 직접 영향권 도로인 삼일대로와 소공로 도심 방향 통행속도는 시속 2.2㎞(9.4%), 2.4㎞(13.5%) 줄었다.

시는 이를 근거로 혼잡통행료 징수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가 남아있지만, 시의회에 예산을 제출한 만큼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시가 징수 유지 방침을 밝히면서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 1996년부터 통행료를 받아왔지만, 이후 도심지로 접근하는 도로가 확대된 만큼 남산터널 통행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는 2020년 158억800만 원, 2021년 155억7700만 원, 지난해 142억6200만 원의 통행료를 걷었다.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시의회에 내년 예산을 제출했다. 시가 올 9월 실시한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온라인 투표 홍보물. /서울시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시의회에 내년 예산을 제출했다. 시가 올 9월 실시한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온라인 투표 홍보물. /서울시

특히 강북이나 강서 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강남 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통행료를 내고 남산터널을 통과해야 하지만, 강북과 강서지역에서 이동하는 차량은 통행료 없이도 도심에 진입할 수 있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은 "통행료를 처음 받기 시작한 1996년에 비해 우회도로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남산 1·3호 터널 진입 차량뿐만 아니라 도심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도 통행료를 내야 한다"며 "영국 런던이나 싱가포르도 다른 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통행료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할 때 1996년에 책정된 2000원은 형평성에 안 맞는다. 요금을 부과해 자동차 이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세계적 추세인 만큼 통행료를 자전거 인프라 투자 구축 등 친환경 수단을 늘리는 데 써야 한다"며 통행료 인상도 제안했다.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뿐만 아니라 나가는 차량까지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이중과세 문제도 쟁점이다.

지난해 11월 혼잡통행료 징수를 중단하는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고광민 서울시의원(국민의힘·서초3)은 "백번 양보해서 도심 혼잡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현행 혼잡통행료 징수 제도 존치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도심 내부로 진입하는 차량뿐만 아니라 나가는 차량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시 차원에서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존폐 여부에 결론을 내린 것이 없다"며 "20일 공청회 결과와 그동안 정책실험 결과와 시민 여론조사 의견 등을 참고해 연말 내에 정책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예산에 대해서는 "위탁사업비에 인건비가 포함돼 있고 인건비는 계속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단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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