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마중물 '자치시'…서울 자치구는 역차별 우려
입력: 2023.12.05 00:00 / 수정: 2023.12.05 00:00

인접도시 편입에 제안…일부 권한 유지
"다른 자치구와 형평 어긋나" 지적도


메가시티 논의에서 완충장치로 제시된 자치시가 기존 서울 자치구들 입장에서 특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면담하기 전 악수하는 모습. /서울시
메가시티 논의에서 완충장치로 제시된 자치시가 기존 서울 자치구들 입장에서 특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면담하기 전 악수하는 모습. /서울시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른바 '메가시티' 바람이 거세지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자체장들이 편입 완충 장치로 '자치시' 체계를 제안했다. 기존 행정·재정적 권한을 유지하면서 주민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편이다.

반면 이를 허용하면 다른 자치구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15일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포 등 인접 도시들의 편입 과정에서 자치시 체계를 제안했다.

먼저 자치시 형태로 6~10년간 운영하면서 각 지자체 권한 및 재정 소요 등을 조율한 뒤 서울 자치구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백경현 구리시장과 신계용 과천시장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백 시장은 오 시장과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구 재정·행정 권한을 유지한 상태에서 특별자치시로 편입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발의해달라고 중앙당에 건의할 생각"이라며 "차후 희망 시·군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시장도 오 시장을 만난 뒤 "과천시 인구가 8만 명이라 하나의 구, 동에 불과한 작은 도시"라며 "시민들이 혹시 동으로 편입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구보다는 자치시가 자치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로 편입되면서 예상되는 불이익과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이다.

자치시는 광역과 기초를 겸하는 형태다. 현재 한국의 유일한 자치시는 세종특별자치시다. 예컨대 대전광역시는 광역시 아래에 자치권을 가진 구가 있지만 세종특별자치시는 자치구 없이 시 행정을 직접 관할한다.

현재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정부 교부세를 받지 않는다. 정부가 80%를 보조하는 생계 급여도 50%만 지원받는다. 국고보조율도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10~30%P 낮게 적용된다.

서울에 바로 편입되면 김포시장과 구리시장은 도시계획 수립권 등 14개 분야 42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 자치시로 편입하면 이런 재정 및 권한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일부 자치구의 세수 분배 불만을 달랠 수 있다. 시는 강남구, 서초구 등 부자 지역에서 걷은 지방세를 다른 구에 균등하게 나눠주는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를 운영한다. 비강남 자치구에서는 김포 등 인접 도시가 자치구로 편입되면 분배되는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메가시티 논의에서 완충장치로 제시된 자치시가 기존 서울 자치구들 입장에서 특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10년간 기존 자치권과 재정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자치구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백경현 구리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면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메가시티 논의에서 완충장치로 제시된 자치시가 기존 서울 자치구들 입장에서 특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10년간 기존 자치권과 재정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자치구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백경현 구리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면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이같은 자치시의 권한 유지가 기존 서울 자치구들 입장에서는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 예컨대 김포 등 서울 인접 도시들이 자치시 형태로 편입되면 정부가 80%를 보조하는 생계급여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데 서울 25개 자치구들은 50%만 받는다는 것이다.

완충 기간이 지난 뒤 이런 예외조건을 연장한다면 사실상 편입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포시가 농어촌 특별전형을 6~10년간 유지한다는 점도 자치구 입장에선 역차별로 느낄 수 있다. 현재 서울 전 지역은 대학입시에서 농어촌 특별전형 지원이 불가능하다.

지난달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에는 2030년 말까지 김포 일부 지역에 적용되는 농어촌 전형 혜택을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등록면허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하는 읍·면 지역 혜택도 완충기간이 지난 뒤 김포구 내 동으로 전환된다 해도 2030년 말까지 유지된다. 이밖에도 다양한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을 기존처럼 보장한다. 반면 서울에 적용되는 규제는 1년간 적용되지 않도록 해 사실상 통합의 장점만 취하고 단점은 임시로 면제해준 형태다.

이재원 부경대 지방행정학부 교수(한국지방재정학회장)는 "25개 자치구가 우리도 김포자치시처럼 해달라고 연대하면서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어 한시적인 제도로 누르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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