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건설사 넘어선 한국·금호타이어 산재…골병든 노동자 줄일 해결책은? (영상)
입력: 2023.11.22 00:00 / 수정: 2023.11.22 00:00

산재 줄이기 위해선 '노사소통 및 공론화' 필요
‘사측 예방 의지 및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도 중요


산업재해(산재)로 항상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설사와 달리 타이어 업계는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타이어 회사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산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타 산업군 산재 그늘에 가려 방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어느 정도의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지 공개된 데이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팩트>는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타이어 회사의 산재 현황을 자세히 공개하고 감시하는 '산재 보고서'를 통해 '산업재해 줄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에서 8년 8개월(2015년~2023년 8월) 동안 3520명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봉 기자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에서 8년 8개월(2015년~2023년 8월) 동안 3520명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봉 기자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3520명!'

지난 8년 8개월 동안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두 회사에서 산업재해(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의 수입니다. 특히 지난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 꼴로 공장에서 다치거나 질병에 시달렸고, 금호타이어 노동자들도 이틀에 한 번은 산재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확인한 산재의 유형은 다양했지만 △골절이나 △파열 △삐임 등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단골 산재였고, 질병의 경우에도 척추질환을 포함한 △근골격계질환이 단골 산재에 포함됐습니다. 또 유해화학물질에 따른 직업성 암, 심장질환 등도 산재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이들 두 타이어 회사의 산재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건설사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국내 상위 20대 건설사 중 산재가 가장 많은 곳으로 확인된 대우건설(본사 포함, 454건)보다 6건 더 많았고, 금호타이어는 중대재해로 유명한 사업장 DL이앤씨(186건)보다 86건이나 더 많았습니다.

2022년 타이어 회사와 주요 건설사 산업재해 승인 현황 비교. 타이어업계 1위 한국타이어는 국내 상위 20대 건설사 중 산재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된 대우건설 보다 산재 발생 건수가 많았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중대재해로 유명한 건설사 DL이앤씨 보다 산재 발생 건수가 86건이나 많았다. /김영봉 기자
2022년 타이어 회사와 주요 건설사 산업재해 승인 현황 비교. 타이어업계 1위 한국타이어는 국내 상위 20대 건설사 중 산재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된 대우건설 보다 산재 발생 건수가 많았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중대재해로 유명한 건설사 DL이앤씨 보다 산재 발생 건수가 86건이나 많았다. /김영봉 기자

<더팩트>취재진은 타이어 업계의 심각한 산재 문제를 취재하면서 ‘어떻게 하면 산재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노동자와 전문가 등에게 던졌습니다. 각자 위치에 따라 해답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은 △노사 소통 △문제의식과 공론화 △사측의 예방 의지 및 정부의 역할 등으로 간추려졌습니다.

참고로 취재진은 산재 피해자인 △송석규 한국타이어지회 기획실장과 △이태진 공인노무사 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 그리고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노상철 단국대 교수, 국회 환경노동위 야당 간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산재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에 대해 들었습니다.

<더팩트> 취재진은 산재 피해자인 △송석규 한국타이어지회 기획실장과 △이태진 공인노무사 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 그리고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노상철 단국대 교수, 국회 환경노동위 야당 간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에게 산재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에 대해 들었다. /김영봉 기자
<더팩트> 취재진은 산재 피해자인 △송석규 한국타이어지회 기획실장과 △이태진 공인노무사 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 그리고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노상철 단국대 교수, 국회 환경노동위 야당 간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에게 산재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에 대해 들었다. /김영봉 기자

산재 줄이기 위한 첫 번째 해결책 ‘노사 소통’

산재가 많은 타이어 회사에서 산재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노사간 소통이었습니다.

한국타이어에서 28년간 일하다 올해 어깨 회전근이 부분 파열돼 산재가 인정된 송석규 실장은 "노조의 활동으로 과거 보다 작업환경이 개선 되었다"면서도 "안전사고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비해 생산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그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한정된 공간에 설비가 세워진 탓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공장의 넓어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좁아져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얘깁니다.

이어 송 실장은 "실제적으로 현장의 위험은 십 수년간 일한 노동자들이 제일 잘 안다"며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회사가)현장 노동자들과 소통해서 같이 진행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외부업체에 맡겨놓고, 그냥 아무데나 안전시설을 설치했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컨대 얼마 전 금산공장이 경우 외부업체에서 안전장치를 설치했지만, 그장치 때문에 설비가 돌아가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안전 개선을 전문가에게 맡겨도 좋지만, 현장의 위험을 제일 잘 아는 노동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임 원장은 "(산재를 줄이기 위해)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또 반영해야 한다. 이것이 보통 유럽에서 산재를 줄여나가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지난 2008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 당시 역학조사 자문의사로 활동했던 노상철 단국대 의학과 교수는 타이어 회사의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재를 외부에 알리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상철 교수 제공
지난 2008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 당시 역학조사 자문의사로 활동했던 노상철 단국대 의학과 교수는 타이어 회사의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재를 외부에 알리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상철 교수 제공

두 번째 해결책 ‘공론화’

산재를 줄이기 위한 두 번째 방안은 문제 제기 즉, ‘공론화’였습니다.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이 산재 사실을 외부에 알려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산재 사각지대에 있는 타이어 회사의 현실과 이슈화시키지 못해 반복적 산재가 발생하는 현실을 꼬집은 말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8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 당시 역학조사 자문의사로 활동했던 노상철 단국대 교수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공론화’를 강조했습니다.

노 교수는 "지금 (타이어 회사의) 문제는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외부에서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실제 노동현장에 건강문제나 사고, 직업병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일반 노동현장에서도 그렇고, 알기가 어렵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결국 내부에서 이 (산재)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제일 타당한 방법"이라며 "예를 들면 한국타이어 노동조합이 복수노조다. 최근 금속노조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내부 문제에 대한 인식과 문제, 이슈 제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건, 분위기 등 이런 것들이 내부에서부터 일어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는 알기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방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질병과 사망에 이르기 전에 알 수 있는 징후, 통증 이런 것들을 찝어내는 것이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굉장히 중요한 변수"라고 부연했습니다.

노 교수는 산재 현황 통계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산재 통계라는 것이 사실 노동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 중 하나"라며 "이유는 산재라는 것은 재해를 받은 노동자가 직접 본인의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사실 제기하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러 주변 제약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컨대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할 때 혹여나 회사로부터 받는 인사 불이익 등이 대표적 제약이라는 얘깁니다.

이어 "유해인자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특수건강진단을 매년 받게 되어 있지만, 특수건강진단 통계 결과를 통해 과연 한국타이어 노동현장 문제를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왜냐하면 특수고용진단 통계 결과를 보면 대부분 소음성 난청 등만 걸러내지, 나머지 직업성 질환에 대해서는 그렇게 의미 있는 수치를 밝혀내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태진 공인노무사 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한국타이어 산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영봉 기자
이태진 공인노무사 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한국타이어 산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영봉 기자

세 번째 방안 ‘사측의 예방 의지 및 정부의 역할’

타이어 회사의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사간 소통, 공론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측의 예방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측이 산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줄이기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까지 이뤄지면 앞으로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는 산재가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한국타이어)회사가 정말 안전이 제일 우선이라고 하는 경영방침을 세웠으면, 그것이 실무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한국타이어가 '생산현장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안전보건 경영 결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산재가 증가한 것을 비판한 말입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사업주가 '산재를 얼마나 줄이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임 원장은 "한국타이어는 우리나라에서 큰 회사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고들이 계속 나는지 생각해 보면 회사의 기풍이 (안전)이런 것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회사에서 산재를 없애야 하는 굳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업주가 ‘산재를 적어도 몇십프로 줄여야겠다’선언을 하고, 실제 안전장치, 규칙 이런 것들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타이어 회사의 산재 예방책으로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봉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타이어 회사의 산재 예방책으로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봉 기자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산재 감독을 하고 사망사고가 있는 작업장을 조사하고 있는데도, 또다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그런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고용노동부의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리고 기업도 산재에 있어서 만큼은 기업의 책임에서 달아나지 말고, 분명하게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타이어 3사 중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한국타이어는 산재를 줄이기 위한 방안과 목표치가 있는지에 대해 "안전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제거하는 다양한 활동을 근로자들과 함께 시행하고 있으며, 산재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더팩트>는 앞으로도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해 이들 타이어 회사의 산재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공개해 산재가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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