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2년 연속 산재 증가…'한타'보다 골절 사고 60% 많아
넥센, 8년 8개월간 산재 120여 건 대부분 '사고성 산재'
산업재해(산재)로 항상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설사와 달리 타이어 업계는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타이어 회사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산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타 산업군 산재 그늘에 가려 방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어느 정도의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지 공개된 데이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팩트>는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타이어 회사의 산재 현황을 자세히 공개하고 감시하는 '산재 보고서'를 통해 '산업재해 줄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한국타이어에 이어 금호타이어도 산업재해(산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년 8개월 동안 1600명 이상이 공장에서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봉 기자 |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한국타이어에 이어 금호타이어도 산업재해(산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8년 8개월 동안 1600명 이상이 공장에서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산재왕'으로 등극한 한국타이어(한타)와 비교하면 200건 이상 적지만, 이틀에 한 번꼴로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이 바로 금호타이어입니다. 참고로 넥센타이어와 비교하면 14배 이상 산재 신청이 많습니다.
16일 <더팩트>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약 8년간(2015년~2023년 8월까지)의 산재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금호타이어(대표이사 정일택)의 산재 신청은 1789건(승인 163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지난해 산재 신청은 294건, 승인은 272건에 달했습니다. 지난 2020년 199건(승인 181건)과 비교하면 47.7%(95건) 증가한 수치입니다.
해당 기간 사망한 금호타이어 노동자는 확인된 것만 6명(산재 승인 4명)으로 파악됐습니다. 산재가 승인된 유형을 보면 2017년 △질식과 직업성 암으로 각 1명, 사인미상(1명)까지 총 3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8년에는 △절단 사고로 1명이 숨졌습니다. 산재가 인정되지 않은 2명은 내부기관상해와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일 <더팩트>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약 8년간(2015년~2023년 8월까지)의 산재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금호타이어(대표이사 정일택)의 산재 신청은 1789건(승인 1636건)으로 집계됐다. /김영봉 기자 |
◆금호타이어 2년 연속 산재 증가…한국타이어보다 골절 사고 60% 많아
금호타이어는 지난 2020년 후 2년 연속 산재가 증가하고 있는 사업장입니다.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에서 주로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주목할 점은 한국타이어보다 골절 사고 산재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고성 산재의 경우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호타이어도 산재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호타이어의 산재 현황을 연도별로 보면 △2015년, 154건(승인 135건) △2016년, 151건(127건) △2017년, 145건(138건)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18년 처음으로 200건(185건)을 넘었고 △2019년, 192건(181건) △2020년, 199건(181건)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2021년부터 234건(218건)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에는 294건(272건)까지 급증했습니다, 올해 8월까지는 220건의 산재가 신청됐고, 199건이 승인됐습니다.
금호타이어의 사고 산재 현황에 따르면 ‘사고 산재’ 신청은 871건으로 이중 846건이 인정됐다. 금호타이어에서 발생한 사고 중 골절로 승인된 산재가 386건을 기록하며 한국타이어(242건) 보다 약 60%나 많았다. /김영봉 기자 |
산재 유형별로는 ‘사고 산재’ 신청이 871건(승인 846건)이며, ‘질병 산재’는 918건(79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성 산재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금호타이어에서 발생한 사고 중 골절로 승인된 산재가 386건을 기록하며 한국타이어 242건보다 약 60%나 많았습니다. 한 해 평균 42명 이상이 뼈가 부러지는 골절 사고를 겪고 있는 겁니다.
이어 △파열/열상 산재가 206건(195건) △삐임 78건(75건) △타박상/뇌진탕 75건(72건) △요통/근골 51건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절단 사고는 20건 △화상 사고는 14건이 발생했습니다.
앞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사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타이어 회사의 사고성 재해가 많은 것은 큰 문제이며, 굉장히 원시적이고 후진적인 재해"라며 "큰 회사에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금호타이어의 질병 산재는 척추질환을 제외한 근골격계질환(근골)이 총 568건 신청 돼 515명이 산재를 인정받았고, 척추질환을 포함한 근골은 278건이 신청 돼 233명이 승인을 받았다. /김영봉 기자 |
◆질병은 대부분 근골격계 산재…사측 "안전관리 내실화 통해 사전 예방할 것"
금호타이어의 질병 산재는 대부분 근골격계(근골)질환이었습니다. 무거운 물건이나 불편한 자세로 일하는 것이 반복되면 근골질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타이어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달리 말하면 타이어를 만드는 옛 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금호타이어의 질병 산재는 △척추질환을 제외한 근골이 총 568건 신청 돼 515명이 산재를 인정받았고 △척추질환을 포함한 근골은 278건이 신청 돼 233명이 승인을 받았습니다. 전체 질병 산재 신청(918건) 건수 중 근골질환 신청 비율이 92%(846건)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외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악성신생물(직업성 암 포함) 산재가 22건이 신청 돼 14명이 산재를 인정받았고, △난청 26건(승인 16건) △뇌혈관질환 11건(5건) 등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금호타이어 산업재해 현황표. /표 작성=김영봉 기자 |
금호타이어 측은 산재 증가 원인에 대해 "직원들이 오랫동안 근속하고 있고, 고령화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성 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사측의 활동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자율적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생산본부 산하 안전전담 조직 신설 및 안전보건 경영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며 "대외 전문기관 컨설팅과 정기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업장 내 유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안전관리 내실화를 통해 안전체험관 교육과 위험성 평가 정기 실시, 안전 제안제도 및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으로 산재를 사전 예방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넥센타이어는 8년 8개월 동안 산재 신청이 127건으로 이중 121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넥센타이어의 사고 산재는 125건(승인 121건)으로 산재 대부분을 차지했고, 질병 산재는 2건(승인 0건)에 불과했다. /김영봉 기자 |
◆넥센타이어, 8년 8개월간 산재 120여 건, 대부분이 사고성 산재
업계 3위로 평가받는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3사 중 가장 산재가 적은 사업장으로 나타났습니다.
넥센타이어는 8년 8개월 동안 산재 신청이 127건으로 이중 121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넥센타이어의 사고 산재는 125건(승인 121건)으로 산재 대부분을 차지했고, 질병 산재는 2건(승인 0건)에 불과했습니다.
넥센타이어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2022년 1명이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유족 측이 ‘심장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승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넥센타이어 산업재해 현황표. /표 작성=김영봉 기자 |
다만 넥센타이어 역시 2021년 후 산재가 전년도 대비 크게 늘어나기 시작해 증가추세라는 점은 타 타이어 회사와 동일합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5년 4건의 사고성 산재가 신청돼 4건 모두 승인됐고 △2016년에는 5건 중 5건 △2017년에는 7건 중 5건 △2018년 5건 중 5건의 산재가 승인됐습니다. 이어 △2019년에 15건의 산재가 발생하면서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2020년에는 다시 5건 중 4건이 승인돼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는 19건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2022년 39건 중 36건의 산재가 승인돼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8월까지 28건의 산재가 승인된 상태입니다.
타이어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나 금호타이어에 비해 넥센타이어의 산재가 확연히 적은 이유는 공장의 현대화 때문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다만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데 질병 산재가 적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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