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틀 유지한다…"일부 업종·직종만 개편 추진"
입력: 2023.11.13 15:51 / 수정: 2023.11.13 15:51

국민 절반 "주 52시간으로 장시간 근로 줄어…유연한 대응은 어려워"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날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만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률 기자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날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만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박준형 기자]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만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 최대 69시간'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원안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 적용 대상 업종과 직종에 대해서도 추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13일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근로자 3839명과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주 52시간제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시간 제도가 상당 부분 정착했다는 게 고용부 분석이다.

근로자 48.5%, 사업주 44.8%, 국민 48.2%는 주 52시간제로 인해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근로자 45.9%, 사업주 45.1%, 국민 48.5%는 '업무시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사업주 가운데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14.5%에 그쳤다. 나머지 85.5%는 '애로사항을 경험한 적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근로자 28.2%, 사업주 33.0%, 국민 39.0%는 '업무량이 갑자기 늘었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현재 주 단위인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동의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근로자 29.8%, 사업주 26.3%, 국민 29.8%)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높았다.

특히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일부 업종·직종에만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직종별로는 설치·정비·생산직과 보건·의료직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묻는 질문에는 근로자 75.3%, 사업주 74.7%가 60시간 이내를 택했다. 주 64시간 이상 근로시간을 택한 응답자는 근로자 14.1%, 사업주 12.9%에 불과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노사 모두 확실한 임금보장(근로자 57.0%, 사업주 49.5%)과 평소보다 더 일했을 경우 확실하게 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근로자 34.3%, 사업주 29.6%)을 꼽았다.

이에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개편 대상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등을 향후 노사정 논의에 넣을 방침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3월 입법은 주 52시간제 정책과 일부 업종 어려움 등을 세밀하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근로시간 개선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시급한 업종과 직종을 세부적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종·직종별 근로시간과 근로형태에 대한 객관적인 실증 데이터, 추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신속하게 준비해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차질 없이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주 69시간' 논란이 불거지자 개편안 재검토에 들어갔다.

ju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