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철로 사고 82% 사망, '위험 천만' 스크린도어 미설치 역사
입력: 2023.11.08 10:01 / 수정: 2023.11.08 10:11

역사 260여개 중 37개 미설치
코레일 "37개역 스크린도어 내년 하반기까지 설치"
기존 승강장 철제 난간, 보수·관리 필요


영등포역사 내 승강장 중 한 곳. 왼쪽은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반면에 오른쪽은 철제 난간만이 설치돼 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영등포역사 내 승강장 중 한 곳. 왼쪽은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반면에 오른쪽은 철제 난간만이 설치돼 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스크린 도어가 없는 승강장, 빠르게 달리는 열차로부터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난간뿐이다. 난간 하나에 안전을 맡기는 것도 불안한데, 보수·관리가 미흡해 승객들은 마음만 먹으면 선로를 넘나들 수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사하갑)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선로 무단 진입은 연평균 152건에 달한다. 또한 인명 사고 발생 시 82%는 사망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는 인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역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고 있지만,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역사 260여 개 중 37개가 아직 미설치된 상태이다.

지난달 9일에는 KTX 영등포역과 구로역을 잇는 하행 선로에서 무단 진입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났고, 지난 7월에도 역시 비슷한 구간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1시간이 넘는 열차 지연이 빚어지며 출근길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6일 <더팩트> 취재진은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신도림역과 영등포역 등 승강장을 찾아 철도 인명 사고가 빈번한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봤다.

철제 난간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지만, 역무원의 별다른 조치는 확인할 수 없다. 해당 철제 난간은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 얇은 걸쇠 걸려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철제 난간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지만, 역무원의 별다른 조치는 확인할 수 없다. 해당 철제 난간은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 얇은 걸쇠 걸려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쇠사슬 승객들도 풀기 쉬운 구조로 돼있다. 갖은 안내 문구에도 선로로 통하는 길은 쉬워 보인다. /이윤경 인턴기자
쇠사슬 승객들도 풀기 쉬운 구조로 돼있다. 갖은 안내 문구에도 선로로 통하는 길은 쉬워 보인다. /이윤경 인턴기자

역사 내에는 사람들이 철제 난간에 매달리고 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저지하거나 주의를 주는 역무원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승강장은 사용하지 않을 때 난간끼리 얇은 쇠사슬로 묶어놓지만, 이는 승객이 직접 풀기에 전혀 어렵지 않다. 반대 승강장에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해당 승강장을 보며 승객들은 사고를 미리 인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날 영등포역에서 만난 50대 이모 씨는 "사고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안전선에 근접해 있을 땐 나도 위험을 느낀다. 스크린 도어가 없다는 생각을 못 했다.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면 당연히 설치해야 하지 않나"라며 "스크린 도어 설치 시 승객들이 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30대 김모 씨는 인명 사고에 대해 자주 들었다고 말하면서 "통과 열차가 지나갈 땐 안전문이 설치돼 있어도 속도를 체감한다"고 말헀다. 통과 열차는 고속철도의 경우 최대 300km로 지나가면서 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를 막아주는 것은 노란 안전선뿐이거나 증축된 난간에 불과했다.

다른 역사 내의 난간 역시 비슷한 높이지만, 증축된 상태. 기존의 난간은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보수가 필요한 난간은 철사로 감아놓는 들의 응급조치만이 이뤄져 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다른 역사 내의 난간 역시 비슷한 높이지만, 증축된 상태. 기존의 난간은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보수가 필요한 난간은 철사로 감아놓는 들의 응급조치만이 이뤄져 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철제 난간 너머로 최대 80km 속도를 내는 도시 철도가 지나가고 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철제 난간 너머로 최대 80km 속도를 내는 도시 철도가 지나가고 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기존 난간과 새로 증축된 부분은 차이가 두드러진다. 노후화된 부분은 케이블 타이로 고정시키거나 얇은 철쇄로 묶어놓는 '응급조치'만 이뤄져 있다. 부식된 부분에 주의를 주기 위한 시선 유도봉이 설치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난간에 기대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20대 김모 씨는 보수가 오랫동안 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거나 기존 난간을 안전하게 유지·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법적으로 해야 하는 역사 261곳은 다 설치했다. 예산 확보를 마친 상황이고, 본선을 제외한 부분선 37개 역에 내년 하반기까지 설치 예정"이라며 현재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단 진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요원을 배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7월 발행한 2022년 철도안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상 사고의 원인은 자살이 102건(48.1%), 선로무단·근접통행 65건(30.7%)으로 사람에 의한 부주의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가철도공단에서는 2022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에서 드론 활용, 안전문 설치와 선로별 울타리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진행 중이다.

최근에 일어난 철도 사고의 경우, 도시철도와 일반·고속열차가 같이 이용하는 선로로써 사고 발생 시 그 피해가 막심하다. 열차의 지연은 물론, 기관사와 승객들은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안전 측면에서 스크린도어를 설치해야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더불어 스크린 도어 관리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며 책임의 소재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열차가 들어오는 와중에 기다리던 승객을 이유 없이 철로로 미는 이른바 ‘묻지마 밀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맨해튼에서 묻지마 밀치기를 당한 승객은 15명에 달했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에 스크린 도어가 없는 한 지하철역 승강장의 모습. /이효균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열차가 들어오는 와중에 기다리던 승객을 이유 없이 철로로 미는 이른바 ‘묻지마 밀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맨해튼에서 묻지마 밀치기를 당한 승객은 15명에 달했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에 스크린 도어가 없는 한 지하철역 승강장의 모습. /이효균 기자

한편,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지하철역에서는 열차가 들어오는 와중에 기다리던 승객을 이유 없이 철로로 미는 이른바 '묻지마 밀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맨해튼에서 묻지마 밀치기를 당한 승객은 15명에 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갑작스러운 밀치기는 도시의 영원한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외적으로 흉흉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철도 사상 사고를 막을 방법으로 스크린도어 설치와 기존 펜스에 대한 보수, 역사 내 안전을 위한 주의가 각별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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