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부실공사 제로 서울'…근본적 변화 이끌 것"(종합)
입력: 2023.11.07 13:13 / 수정: 2023.11.07 13:13

건설산업 혁신 대책 발표
"단편적·부분적으로는 근본적 혁신 안 돼…종합대책 지속적 추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실공사 제로 추진계획 기자설명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실공사 제로 추진계획 기자설명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실공사 제로 서울'을 선언하며 "오래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7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서울형 건설혁신 종합대책 기자설명회에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고의 위험이 시민의 삶과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와 있고, 언제든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건설 분야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겠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단편적·부분적으로는 근본적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건설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실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부실공사가 발생할 때마다 마련했던 단편적 대책에서 벗어나 산업체질을 바꾸고, 관행처럼 박힌 부실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앞서 건설산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설계·시공·감리·발주에 걸친 사례별 부실원인을 파악했고, 이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공공건설 분야에서 부실공사를 한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원도급사의 책임시공을 위해 부실에 따른 사고 발생 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한다.

부실공사 업체는 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 입찰 참가를 2년간 제한한다. 부실 내용에 따라 시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시보 등을 통해 명단을 공개한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실공사 제로 추진계획 기자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실공사 제로 추진계획 기자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만연한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앞으로 시를 비롯한 산하 투자·출연기관 발주공사는 입찰공고문에 직접 시공해야 하는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을 명시한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공공 공사도 하도급에 크게 의존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직접시공 비율을 따져봤다니 약 20% 내외로 나타났다. 들여다보면 주로 포장공사 등 주요 공정이 아닌 사항에 대해 직접시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도급을 근절하게 되면 그에 따른 공사 단가나 금액이 상승될 것이라는 건 예측됐다"며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공사비가 상승하더라도 (하도급 전면 금지는) 시행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하는 감리원의 과도한 서류 업무를 없애 현장 업무 시간을 확보한다. 또 현장감독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하고, 영세한 공사현장에는 공사 기록용 촬영장비를 대여해준다.

서울시가 부실공사 없는 안전 서울을 위한 건설산업 혁신을 추진한다. /서울시
서울시가 '부실공사 없는 안전 서울'을 위한 건설산업 혁신을 추진한다. /서울시

국내 건설공사 발주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에서는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기존에 공공분야에서만 시행했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고, 조합·건축주 등의 요청 시 지역건축안전센터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시공품질 관리를 위해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타설한 경우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한다.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 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기 위해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유 부시장은 "공공 건설은 그나마 제도나 가이드라인이 있는 편인데, 민간 건설은 기준이나 절차가 미흡해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한 불법 하도급이 성행하고, 공기 단축 압박에 따라 감리가 재시공이나 공사 중단 등 권한 행사의 제한을 받아서 결국 공사 품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 미숙, 덤핑 입찰 등 건설 산업에 수십 년간 뿌리내린 고질적 관행과 체질을 바꿔나간다.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기 전에 설계도면 숙지와 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 통여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투찰 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입찰제도도 개선한다. 종합평가낙찰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상향해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 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 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 8월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 현장을 찾아 건설 근로자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 8월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 현장을 찾아 건설 근로자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건설 품질을 우선하는 발주자 의식이 중요한 만큼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가칭)를 구성한다. 공공기관, 민간 정비사업조합, 전문가가 함께 건설산업 문화를 바꾸고 전문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유 부시장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발주자의 의식 전환"이라며 "공사 현장의 문제점은 발주자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발주자가 지식과 정보가 없다"며 "교육과 정보 제공을 하는 기관으로써 발주자협회를 만들어서 역할을 해나간다면 전반의 의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가 선도적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공공이 열심히 제도를 만들고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의 의식 변화와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부실공사 근절은커녕 불협화음만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날 발표는) 시가 선제적으로 건설산업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중앙정부와 민간업계의 협조와 동참을 요청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산업의 구조적으로 뿌리박힌 관행과 인식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실행해 옮기겠다"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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