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서 법 개정 추진…책임소재 지자체장으로 명시
"자치경찰제 기초지자체 단위로" "적극행정 면책 필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당정이 지자체장에 주최자 없는 행사의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각종 안전 현장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홍대 상상마당 앞 구급차와 합동상황실이 배치된 가운데 박강수 구청장이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마포구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자체장에게 주최자 없는 행사의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법 개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다 해도 대응체계 전반에 허점이 많아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지자체가 좀 더 안전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당정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 관리 책임을 지자체장에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핼러윈 축제'처럼 명시적인 개최자가 없는 지역 축제나 행사의 관리방안을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고, 관계 기관이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안전조치를 의무화한다는 취지다.
다만 의무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태원 참사 이후 첫 핼러윈 데이를 맞아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섰던 서울 여러 자치구에서는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이번 특별 안전 점검 기간에 경찰·소방과 합동으로 안전관리를 했는데 구 공무원들이 노란 조끼 입고 계도할 때보다 경찰의 안전관리 지시를 시민들이 더 잘 따른다"며 "현재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운영되는 자치경찰이 기초 단위로 도입돼서 구 공무원들과 같이 안전관리 업무를 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운영되는 자치경찰을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바꾸면 핼러윈 행사처럼 기초자치단체장이 책임지는 주최자 없는 행사에 경찰이 투입돼 안전관리가 더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조직·인사·예산·운영 등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는 제도다. 2021년 7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별도의 자치경찰조직을 만들지 않고 시·도에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해 국가경찰과 별개로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지역주민의 치안문제를 담당한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당정이 지자체장에 주최자 없는 행사의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각종 안전 현장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조성명 구청장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강남구 |
안전관리 업무에서 적극행정 면책 제도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지자체에서 안전계획을 수립하거나 시행할 때 적극행정을 할 경우 면책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법에 없는 일을 했을 때 그것이 설사 적극적이고 선의에 의한 것일지라도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이 크다는 점"이라며 "안전과 관련한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는 감사원이 현장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은 기관 자체감사를 받는 사람이 불합리한 규제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한 결과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징계·주의 등 신분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규정한다.
일시적인 인력 수급을 위해 예산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단순 질서유지나 지원 등에 투입될 수 있는 안전관리 요원 채용을 위한 예산 지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마포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안전요원 업체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채우진 마포구의원은 "공무원분들이 안전요원으로 투입이 많이 되지 않느냐"며 "직원들의 피로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전요원 업체를 활용하는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마포구 관광정책과장은 "안전요원 업체를 저희가 일부 활용을 하지만 인건비가 상당히 비싸다"며 "1인당 낮에는 15만~20만 원, 밤에는 야근수당까지 주면 25만~30만 원까지도 간다"고 답변했다. 인건비가 부담돼 안전요원 채용 대신 공무원을 차출하는 현 방식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이 좀 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좀더 구체적으로 지자체가 사전에 주최자 없는 행사를 미리 파악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인력과 예산이 더 필요한 만큼 행안부나 중앙부처에서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면 인력과 예산도 지원해야지 그런 지원 없이 책임만 진다면 안 그래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안전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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