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교통공사 1·2위 득표자 임명 관례 깨고 임명
양대노조-올바른노조, 파업부터 정규직전환까지 대립 지속
서울교통공사의 MZ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 노동이사 후보가 득표 2순위인 민주노총 후보를 제치고 노동이사에 임명되면서 그동안 파업 등 중요 사안을 두고 대립해왔던 양대 노조와 MZ노조 간 갈등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1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바른노동조합 후보 노동이사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교통공사의 MZ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 노동이사 후보가 득표 2순위인 민주노총 후보를 제치고 노동이사에 임명되면서 양대 노조와 MZ노조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양대 노조는 그동안 득표 1, 2위를 노동이사로 임명한 관례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깬 것을 문제삼으며 임용거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올바른노조는 기존 노조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탓이라는 입장이다.
6일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에 2순위인 장기현 후보 대신 3순위를 차지한 올바른노조 조은호 후보를 지명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는 2명으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갖는다. 임기는 총 3년으로 1일부터 2026년 10월 31일까지다. 올바른노조는 2021년 출범했으며 이사회에 노동이사로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이사는 직원 투표를 거쳐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지명 인원의 2배수를 추천한다. 추천위가 득표 순으로 1~4위 후보를 추천하면 조례에 따라 시장이 4명 중 2명을 임명한다.
올 8월 치러진 노동이사 선거에서 서울교통공사노조 출신인 노기호 후보와 장기현 후보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올바른노조 조은호 후보는 3위였다. 시장이 상위 2명이 아닌 다른 후보를 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는 다양한 노동자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는 노동이사제 취지와 다수 득표자의 징계 전력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 자체가 경영 과정에서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 만들자는 것"이라며 "1, 2위 득표자보단 3위 득표자를 임명하는 게 연령대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 취지에 적합하다고 봤다.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시장에게 2배수로 후보를 추천하는데 임추위에서 득표자들의 징계 이력을 고려해달라는 의견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의 MZ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 노동이사 후보가 득표 2순위인 민주노총 후보를 제치고 노동이사에 임명되면서 그동안 파업 등 중요 사안을 두고 대립해왔던 양대 노조와 MZ노조 간 갈등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5월 1일 오세훈 시장이 경동 스타벅스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모습. /서울시 |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달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은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로 전 직원이 선출한 후보를 임명하지 않고 3위를 한 올바른노동조합 소속 조은호 후보를 노동이사로 임명하는 후안무치한 일을 저질렀다"며 "이번에 임명된 노동이사가 소속된 3노조와 당사자에게 자정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정희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올바른노조를 키워서 양대 노총의 위치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며 "파업 예고 과정에서 올바른노조가 파업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업 동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노동이사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투자출연기관 노동이사 협의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서울 시민의 시대정신을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며 "득표 3순위 노동이사 임명 후보자는 스스로 임용을 거부해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올바른노조는 자진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위원장은 "이번 투표는 노동이사를 직접 뽑는 게 아니라 후보자 선출을 위한 투표다. 노동이사는 선출이 아니라 임명직이다"며 "1, 3위를 임명한 전례도 2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 후보가 모든 걸 다 독식해야 민주주의고 공정이고 정의인가"라며 "다양한 노동관계 입장을 대변하고 경영에 반영하는 게 노동이사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동단체의 본질을 지키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가 내세운 인력감축 때문에 파업한다는데 2018년부터 진행된 무기계약직의 공사 일반직 전환도 현장 근무 인력 부족에 영향을 끼쳤다. 과거 양대 노총이 주장했던 무기계약직의 공사 일반직 전환으로 인건비가 크게 올라 공사 재정에 영향을 미친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동안 양대 노총과 올바른노조는 주요 사안에서 번번이 대립각을 세웠다. 올바른노조가 점차 입지를 다져가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관례를 깬 임명을 단행하자 양 측 갈등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양대 노조가 주축이 된 파업에 대해 올바른노조는 명분 없는 정치 파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협상과정에서도 9일로 예고된 파업을 두고 올바른노조는 파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양대 노조가 파업을 할 명분이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통공사의 MZ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 노동이사 후보가 득표 2순위인 민주노총 후보를 제치고 노동이사에 임명되면서 그동안 파업 등 중요 사안을 두고 대립해왔던 양대 노조와 MZ노조 간 갈등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10월 18일 오전 시청 앞에서 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통공사 노조 |
MZ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출범한 올바른노조는 오세훈 시장 임기 들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바른노조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반발하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조직됐고, 2021년 공식 출범했다.
이번 노동이사 임명에 앞서 올 7월에는 시 생활임금위원회와 노동자권익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시 생활임금위원회는 매년 시급을 기준으로 '서울형 생활임금'을 정한다. 노동자권익보호위원회는 3년 단위로 수립하는 서울시 노동기본계획에 대한 심의를 하고, 노동자의 권리 및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법규나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근로자의 날에는 오 시장이 직접 올바른노조와 면담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말 페이스북에 "올바른 노조가 옳다. 대한민국 노조가 가야할 길"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10% 정도밖에 안되는 올바른노조가 과대대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육선전국장은 "교통공사 직원 17000명 중 올바른노조 조합원은 2000명 정도로 11% 수준"이라며 "이명박 정부 당시 국민노총이라는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국정원 특활비까지 지급하면서 띄워줬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가 올바른노조를 키워서 양대 노총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Z노조라고 말하는데 2030세대 직원이 제일 많이 가입한 노조는 1노조"라고 강조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