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김포 편입론…셈법 복잡한 서울시
입력: 2023.11.03 00:00 / 수정: 2023.11.03 00:00

세수 늘지만 김포 재정자립도 낮아
재산세 공동과세·5호선 연장 부담 커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 비판도


여당에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붙고 있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서울시의 셈법이 복잡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시청에서 2024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에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붙고 있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서울시의 셈법이 복잡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시청에서 2024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최근 여당이 특별법 발의까지 거론하면서 불 붙은 김포 서울 편입을 두고 서울시의 셈법은 복잡하다.

당장 세수는 늘어나겠지만 김포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부담도 커진다. 주요 사업들도 이득과 손해가 함께 예상된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오는 6일 서울시청에서 김병수 김포시장을 만나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논의한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요구는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절차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포시는 경기북도가 아닌 서울시로 편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인구 48만 명에 달하는 도시의 편입이 현실화할 경우 서울시 입장에서 셈법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지만 예상되는 실익이 있는 반면 부담도 만만찮다는 계산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민, 특히 김포시에 인접한 강서구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서울시민의 의견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대다 환영이다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우선 세수 측면에서는 김포의 지방세를 서울시가 가져갈 수 있지만 김포 재정자립도가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높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부담도 있다.

이재원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지방재정학회장)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따라 다르지만 김포구로 서울에 편입될 경우 지금까지 김포시가 걷었던 자동차세와 담배소비세 등의 지방세가 다 서울시 세금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포시 재정자립도는 37.16%로 경기 31개 시군 가운데 12위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비교하면 전체 평균인 29.5%보다 높고, 순위로도 7번째 수준이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전국 평균인 45%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당에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붙고 있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서울시의 셈법이 복잡하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의 하나인 리버버스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버버스 예시./서울시
여당에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붙고 있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서울시의 셈법이 복잡하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의 하나인 리버버스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버버스 예시./서울시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로 자치구 간 재정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시키면 서울시 자치구 사이에서 일부 지방세 수입 재분배 공유 결과에 변화가 생겨 기존 서울 자치구 안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서울시 내 특정 구가 피해 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도봉구 같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에 배분돼야 할 재산세가 김포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의 재산세 절반을 시가 거둔 뒤 이를 다시 25개 자치구에 균등하게 배분하는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사업 측면에서 서해와 한강 하구를 낀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은 그간 서울을 뉴욕·런던·파리 수준의 '글로벌 톱5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혀왔고, 올 3월에는 한강 수변 공간을 개발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김포시부터 잠실 구간을 오가는 수상버스인 리버버스 운항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또 시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울항'도 유람선이 한강을 따라 여의도, 김포시를 거쳐 경인아라뱃길과 연결된 18.7㎞ 구간을 운항할 계획으로 연관성이 높다.

여당에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붙고 있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서울시의 셈법이 복잡하다. 지하철 기본요금(교통카드) 150원 인상이 적용된 10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개찰구에 운임조정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남용희 기자
여당에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붙고 있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서울시의 셈법이 복잡하다. 지하철 기본요금(교통카드) 150원 인상이 적용된 10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개찰구에 운임조정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남용희 기자

반면 김포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5호선 연장은 서울시의 재정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과 같으면 5호선이 연장될 때 건설 비용을 서울시와 경기도가 분담하면 되는데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서울시가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포가 경기에서 서울로 소속이 바뀌면 국비 지원도 줄어든다. 국토교통부 도시철도의 건설과 지원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는 60%까지 국비 지원을 받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총사업비의 40%까지만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지자체의 손익을 떠나 이 방안이 서울 집중을 심화해 지방분권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 아닌가"라며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느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은 이달 1일 내년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과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서울 미래 도시경쟁력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어떤 역기능이 있을지 이런 심도있는 검토를 거쳐서 판단 근거를 시민께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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