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턴수첩] 숨 막히는 취재 현장…이선균도 인턴도 '경찰서는 처음이라'
입력: 2023.10.29 00:00 / 수정: 2023.10.29 00:00

배우 이선균,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소환되고 있다./인천=임영무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소환되고 있다./인천=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인천=최수빈 인턴기자] 기자란 정확한 정보를 가까운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사람.

햇살은 따스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오전 11시께 도착한 인천논현경찰서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이선균이 오후 4시께 출석한다는 얘기가 있었기에 빨리 도착한 거라 생각했지만, 현장에는 이미 몇몇 타 매체 기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찰서 입구 앞에는 카메라 삼각대와 사다리가 놓여있었고, 같이 이동한 사진부 선배도 곧바로 차 트렁크에서 사다리와 삼각대를 꺼내 경찰서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대기의 연속이었다. 현장에는 경찰들도 많이 오가지 않았을뿐더러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혹시나 이선균이 빨리 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 그리고 4시에 온다는 것도 확정은 아니었기에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찰서를 채우는 기자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이 다가옴과 동시에 덩달아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인턴기자가 가봤던 현장이라고는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 쇼케이스밖에 없었기에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경찰서 앞 사다리와 삼각대가 더 많아지기 시작하고, 경찰차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일 때면 이제 곧 오는구나 싶었다.

배우 이선균이 28일 출석 예정된 인천논현경찰서 앞에 기자들이 모이고 있다. /인천=최수빈 인턴기자
배우 이선균이 28일 출석 예정된 인천논현경찰서 앞에 기자들이 모이고 있다. /인천=최수빈 인턴기자

오후 2시가 가까울 무렵, 차에서 이선균 기사를 계속 검색하며 보고 있을 때 사진부 선배가 폴리스 라인을 곧 친다는 얘기를 전해줬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노트북을 들고나왔다. 오늘따라 인천의 날씨는 매우 맑았다. 따사로운 햇볕에 눈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선배는 사진, 영상 찍는 기자들한테 방해되지 않게 모서리로 나와 있어"라고 말했고, 이선균이 하는 말을 받아적어야 했던 취재기자 선배와 나는 모서리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필 자리를 잡은 곳이 햇볕이 가장 직통으로 드는 자리라 너무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서 '앞으로 2시간을 어떻게 기다리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취재 기자들이 모여 어떤 질문 할지를 정해보자는 논의를 이어갔고, 질문은 총 7개로 결정됐다. 질문은 아래와 같다.

배우 이선균이 서야 할 위치에 초록색 청 테이프로 작게 표시가 돼있다. /인천=최수빈 인턴기자
배우 이선균이 서야 할 위치에 초록색 청 테이프로 작게 표시가 돼있다. /인천=최수빈 인턴기자

<이선균 취재 질문>

1. 혐의 인정하시나요?

2. 유흥업소 직원에게 어떤 협박을 받았나요?

3. 조사에서 소명하고 싶은 점이 있나요?

4. 현재 심경은 어떠신가요?

5. 언론에서 보도되는 사람들하고는 어떤 관계인가요, 같이 투약한 적이 있나요?

6. 마약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7.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선균이 어떤 질문에 답해줄지, 아니면 묵묵부답으로 경찰서 안으로 들어갈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4시가 됐을 무렵, 이곳저곳에 자리했던 기자들이 경찰서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폴리스 라인 뒤로 각자 위치에 자리했고, 카메라 조명 및 초점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했던 현장이 한순간 숨 막히는 정적으로 가득했다.

4시 10분이 됐을 무렵, 4시 15분에 출석한다던 이선균이 30분에 도착 예정이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 말에 기자들은 모두 긴장이 풀린 듯, 한숨 쉬며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 예정이다. 사진은 출석 10분 전 취재진이 모여있는 모습. /인천=최수빈 인턴기자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 예정이다. 사진은 출석 10분 전 취재진이 모여있는 모습. /인천=최수빈 인턴기자

그리고 4시 25분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만을 바라봤다. 그때 검정색 소형 차량이 들어왔다. 플래시 터지는 소리와 찰칵 소리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그러다 이곳저곳에서 "저 차 아니에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형차는 경찰서 안을 들어왔다가 다시 그대로 나갔다.

4시 30분. 이선균이 출석하기로 한 시간이 됐다.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그냥 콘서트 갔을 때 영상 찍던 것처럼 찍으면 되는 건데 뭐가 이렇게 떨리는지. 그렇게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을 때, 검은색 밴 한 대가 들어왔다.

숨 막히는 정적의 시작이었다. 기자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검은 밴 차량에 집중했다. 밴은 좌회전하며 들어와 내 대각선 앞에 차를 세웠고, 그와 동시에 이선균이 차에서 내렸다.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이선균을 향했고, 이선균은 착잡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기자들이 표시해 둔 포인트 위에 섰다. 이선균은 옷을 다듬다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인천=임영무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인천=임영무 기자

이선균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서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저를 믿고 지지해 주셨던 많은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계속 사과했다. 이어 "소속사를 통해서 전달했듯이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뜻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계속 굳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말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도 이선균은 "수사를 통해 답하겠다"는 입장만 표했다.

거듭 고개 숙여 사과하던 이선균은 그대로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현장의 취재진은 서로 수고했다고 인사를 나눴다. 이어 취재 기자들은 모두 바닥이나 돌 등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그대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플래시 소리만 들리던 현장이 타자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선배가 기사 쓰는 걸 옆에서 보다가 인터넷에 이선균을 검색했는데, 이미 각종 포털사이트는 이선균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기자는 속도가 생명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자리를 이동해 취재기자 선배는 종합 기사 마감을, 나는 인턴수첩을 작성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선균이 들어간 지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갑자기 "이선균 나온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고 그대로 경찰서 앞으로 들어갔을 때, 이미 대부분 기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서 시약 검사를 마친 뒤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인천=임영무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서 시약 검사를 마친 뒤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인천=임영무 기자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선균은 "휴대폰을 제출했고 다음 정식 조사 때 필요한 요청 사항을 응하고 왔다"며 "추후에 조사 불러주신다고 했으니 그때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도 "다음 조사 때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다시 노트북을 켜 기사 마감에 집중했다. 그렇게 첫 경찰서 현장을 마쳤다.

경찰서에서 수사받는 연예인을 지금껏 TV, 인터넷 뉴스로만 접하다가 직접 발로 뛰어보니 기사 하나를 위해서 많은 기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선균을 본 시간은 단 10분도 채 되지 않고, 나머지 모든 시간은 전부 대기상태였다. 긴장감을 가득 안은 채로. 그러나 이선균의 등장과 동시에 눈빛들이 달라지는 걸 보고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한 취재현장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할 소식을, 가장 가까이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일. 그게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이 현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치열한 속보 경쟁 속 살아남아야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그렇기에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가 눈으로 본 걸 국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 그것이 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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