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핼러윈 기간인데…강남 '고위험 골목길'에 CCTV 사각지대·불법증축
입력: 2023.10.28 00:00 / 수정: 2023.10.28 00:00

[이태원 참사 그후 1년③] 강남구 강남대로·선릉로 2곳
불법증축물도 28건…홍대 클럽 골목 불량 도로 곳곳


경찰은 핼러윈 데이 안전관리 대책으로 강남과 홍대 등 서울 도심 번화가에 고밀도 위험 골목길 16곳을 선정했다. 사진은 고밀도 위험 골목길 중 한 곳인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38 CGV 앞 골목 /조소현 기자
경찰은 핼러윈 데이 안전관리 대책으로 강남과 홍대 등 서울 도심 번화가에 고밀도 위험 골목길 16곳을 선정했다. 사진은 고밀도 위험 골목길 중 한 곳인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38 CGV 앞 골목 /조소현 기자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흘렀다. 책임자 처벌과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 사고 방지 대책 마련 등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사회 곳곳에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가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좁은 골목 등 여전한 사각지대가 목격된다. 더팩트는 참사 1년을 맞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유족들을 재조명하고,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는 상습 혼잡지역을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조소현, 황지향 기자] 올해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과 홍대 골목에 폐쇄회로(CC)TV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거나 불법 증축물이 버젓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사고 예방에 전력을 기울여야할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대처가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구 강남대로 408길과 선릉로 161길에 인파 밀집 분석 프로그램을 적용한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대로 408길과 선릉로 161길은 올해 핼러윈 기간을 앞두고 서울경찰청이 지정한 '고밀도 위험 골목길'이다. 경찰은 핼러윈 안전관리 대책으로 강남과 홍대 등 서울 주요 번화가에 고밀도 위험 골목길 16곳을 선정했다.

강남대로 408길 영풍문고 옆 샛길은 고밀도 위험 골목길 중 유일한 계단형이다. 양쪽에 설치된 손잡이로 실제 폭이 약 1.6m에 불과한데다, 계단 높이는 약 15cm에 달해 발을 조금만 헛딛어도 넘어질 위험성이 높다. 가파른 경사로 인파가 몰렸을 때 한 명이 넘어지면 나머지 사람들이 연달아 넘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릉로 161 타임스페이스 골목도 폭이 좁은 데다 양옆으로 주차된 차량이 많았다.

대규모 인파가 밀집할 경우 사고가 우려되지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없는 셈이다. 앞서 강남구는 지난해 12월 안전사고에 대비해 '인공지능(AI) 인파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CCTV를 통해 사람 수를 자동 파악하고 인파 밀집을 감지, 위험징후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인파 밀집이 감지되면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 소방, 경찰에 상황을 공유한다.

강남구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강남역 여명길(강남역~신논현역) 5곳에 인파감지 CCTV 10대를 설치했다. 현재는 9대가 가동 중이지만, 위험 우려가 제기된 골목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 당시 '서울시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유동인구가 많다고 판단한 지역에 설치한 것"이라며 "경찰이 선정한 위험 구역과 겹치는 구역도 있고 아닌 구역도 있는데, 차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 증축물이 여전한 이유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구청은 불법 증축물에 대해 시정명령 처분을 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강제 철거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홍익로3길 32 곱창골목 /황지향 기자
불법 증축물이 여전한 이유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구청은 불법 증축물에 대해 시정명령 처분을 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강제 철거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홍익로3길 32 '곱창골목' /황지향 기자

설상가상 강남 지역 고밀도 위험 골목길 7곳 중 선릉로 161을 제외한 6곳에서 불법 증축물이 발견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고밀도 위험 골목길에 2건, 골목길 인근에 26건 등 총 28건의 불법 증축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는 지난해 11~12월 인파가 많이 몰리는 지역 위주로 건축물을 점검한 결과 총 134건의 불법 증축물을 적발했다. 두 차례 시정명령을 통해 87건은 철거됐으나, 47건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불법 증축물이 여전한 이유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건축법과 행정절차법 등에 따르면 관할 구청은 불법 증축물에 대해 시정명령 처분을 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강제 철거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구청 관계자는 "남은 47건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통지했다"며 "시정명령을 독촉하고 시정을 안 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데, 강제 철거는 근거 규정이 없어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밀도 위험 골목길 4곳이 있는 마포구 홍대의 경우 도로 상태가 불량한 경우가 많았다. 와우산로17길 12 클럽거리에는 지름 10cm 이상 파인 홈이 있었다. 잔다리로 12 포차골목에도 도로 파임이 있어 위험해 보였다.

홍익로3길 32 곱창골목은 주변 업소에서 내놓은 입간판과 판매대 등으로 인파가 몰릴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사방이 막힌 직사각형 판매대는 50cm 이상 돌출돼 있어 골목을 오가는 시민들이 부딪힐 위험까지 있었다.

당장 핼러윈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마포구는 이제서야 정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10월 초 적치물과 도로 파임 문제 등을 점검했는데, 노상 적치물과 입간판 등은 모두 치울 예정"이라며 "도로 복구 작업도 인력의 한계가 있어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핼러윈 기간에 맞춰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했다.

크고 작은 도로 파임도 문제였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2 포차골목 도로 /황지향 기자
크고 작은 도로 파임도 문제였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2 '포차골목' 도로 /황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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