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관리제 시행했지만 사납금 유지
서울시 "시기상조…내년 전수조사"
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일대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택시 완전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다 분신한 택시기사 고 방영환(55) 씨의 사망을 계기로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택시업계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응답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상반기 서울의 모든 법인 택시회사를 상대로 전액관리제 시행 여부를 전수조사한다.
고 방영환 씨는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노조 활동을 하던 중 2019년 해고됐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해고 취소 소송 승소가 확정돼 올해 복직했다. 하지만 사측은 실근로시간만 따져 급여 1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는 이에 항의해 해성운수 앞에서 227일간 1인 시위를 진행하다 분신해 지난 6일 숨졌다.
2020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폐지된 사납금제는 법인택시 기사가 회사에 수익의 일정금액을 내는 제도다. 이 제도 아래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장기간 노동을 하고도 저임금에 시달려왔다는 입장이다.
시행 3년이 돼가는 전액관리제(월급제)는 수익금을 회사에 전액 납부하고 일부를 노사 합의로 정한 비율에 따라 받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회사들은 하루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급여에서 빼는 편법인 '변종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이에 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을 보장하고 완전월급제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택시발전법과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대로 근로계약을 맺고, 기준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노동당, 유족 등으로 구성된 공동 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책임을 방기했다"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서울시는 택시 사업주의 위법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사업권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며 "이름만 바뀐 사납금제가 택시 현장에서 계속 시행되고 있는데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 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참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여러 제도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는데, 실제로 완벽한 제도로써 기능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답했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납금 제도는 이미 폐지됐는데 실질적으로 기준금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살아있다. 노동부, 시청, 구청이 제대로 감독을 안 해서 그렇다"며 "특별근로감독으로 잡아내면 실질적 사납금제를 운영하는 회사를 처벌할 수 있고, 체불임금에는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노동당, 유족 등으로 구성된 '완전월급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책임자 처벌!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 공동 대책위원회'가 1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책임을 방기했다"고 꼬집었다. /김해인 기자 |
서울시는 택시업계 특성상 완전월급제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사 수익과 상관없이 월급을 주는 체계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는 전액관리제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선 전수조사를 실시해 현장 문제점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전액관리제 점검 결과 서류상으로는 법을 준수하고 있었다"며 "암묵적인 공제를 하는 임금협정은 단속할 권한이 없다. 고용노동청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택시업체 전액관리제 실태를 전수조사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위반 업체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조사를 해왔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만큼 해성운수를 우선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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