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그후 1년①] 트라우마 치료 갈수록 감소…"정부 불신에 발길 돌려"
입력: 2023.10.26 00:00 / 수정: 2023.10.26 00:00

지난해 11월 4283건 이후 감소…최근 100건 미만
전문가들 "이태원 참사 전문 상담팀 만들어야"


지난해 12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이동률 기자
지난해 12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이동률 기자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흘렀다. 책임자 처벌과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 사고 방지 대책 마련 등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사회 곳곳에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가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좁은 골목 등 여전한 사각지대가 목격된다. 더팩트는 참사 1년을 맞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유족들을 재조명하고,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는 상습 혼잡지역을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참사 이후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깨요. 아이 사진만 봐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故) 송은지 씨 아버지 송후봉 씨)

이태원 참사 이후 최근까지도 유가족과 생존자 상당수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치료를 받는 유족과 생존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별법 제정에 따른 이태원 참사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트라우마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은 지난해 10월3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심리지원을 총 7108건 실시했다.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등이 대상이다.

◆"참사 이후 제대로 잠 못 자"…유족부터 대응인력까지 트라우마

심리지원은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4283건으로 가장 많았다. 12월에는 1046건 실시됐다. 올해 들어선 급감했다. 지난 1월 675건 이후 2월부터 6월까진 매월 100~200여건 진행됐다. 지난 7월은 73건으로 처음 100건 아래로 떨어졌다. 8월은 55건, 9월은 73건의 심리지원만 있었다.

대상자별로는 일반 국민이 20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가족(1868건), 목격자(1818건), 부상자(1034건), 대응인력(196건), 부상자 가족(156건) 등이다. 지난해 11월 1400건 이상 진행됐던 일반 국민과 목격자 심리지원은 12월부터 급감했다. 유가족은 다른 대상자에 비해 매월 수십건씩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감소 추세다.

경찰도 지난해 11월14일부터 12월9일까지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 327명에 대한 긴급 심리지원을 진행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간 전문상담가를 상주시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업무 중 현장 기억이 떠오르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찰관들이 많아 올 초까지 추가 심리지원을 제공했다.

이태원 참사 1년을 앞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참사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1년을 앞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참사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의종 기자

◆심리지원 100건 미만 급감"진상규명 소극적 국가 못 믿어"

심리지원 건수가 점차 줄어드는 이유는 치료를 중단하거나 거부하는 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심리지원 대상자가 동의해야 진행되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며 "문자를 보내는 등 연락을 취해도 받지 않는 분들도 있다.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나 동의하지 않으면 진행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들어 유족들 발길이 더욱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을 꼽는 의견이 있다. 심리지원은 원하지만 믿지 못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 상담정보가 알려지는 것이 싫어 심리지원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진상을 축소한다거나 원인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으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참사 관련된 사람들만을 위한 전담팀이 꾸려져 적극적으로 찾아가며 언제든 돌볼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족들은 정부가 참사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며 심리지원을 원치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송 씨는 "수시로 치료를 받으라고 문자가 온다. 하지만 국가를 믿지 못하고 신세를 지기 싫어서 받지 않으려고 한다"며 "아내와 딸도 마찬가지다. 힘들어도 꾹꾹 참고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은 "대형재난 피해자 트라우마는 단기간 심리지원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속성 있는 피해자 권리에 기반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이 필수적"이라며 "결국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 내용을 담은 이태원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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