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민주노총, 정부 회계 공시 동참 결정
"이미 투명…정부 시행령 개정에 동의 안 해"
민주노총이 24일 정부가 요구해 온 노동조합 회계 공시제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7월 13일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모습. /장윤석 인턴기자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이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정부가 요구한 노동조합 회계 공시제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양대 노총이 "회계는 이미 투명했다"며 정부의 요구를 '노조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어 노정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부의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이 부당하지만 회계 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지난 23일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회계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이 정부의 회계 공시에 응하기로 한 이유는 조합비 세액공제 배제에 따른 불이익과 조합원 이탈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 중인 개정 노조법 등 시행령은 노조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1월30일까지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고용부는 회계 공시 의무를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에만 부여했는데, 이마저도 상급 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양대 노총을 압박했다.
민주노총은 회계 공시 결정 이유 중 하나로 "노조를 믿고 민주노총의 방침과 결정에 따라 투쟁해 온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역시 "총연맹이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을 시 발생할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제외 등 조합원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한다면서도 공시시스템에 응하는 것이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은 지난 6월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의 모습. /이동률 기자 |
양대 노총은 회계 공시에 참여하지만 개정 시행령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정부 투쟁의 기조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라 노정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향후 법정 다툼도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사실상 '연좌제' 방식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며 "탄압과 배제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말살 정책에 맞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지금까지 정부의 회계 공시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노조 운영과 결산 결과를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보고해 왔다"며 "정부의 의도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노조 혐오를 부추기고 노조 탄압을 자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조 회계는 이미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투명했다. 향후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투명성 제고 목적을 앞세운 정부 논리에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부터 노조 회계 공시 및 조합비 세액공제 연계를 추진하는 등 노동 개혁에 속도를 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회계 공시제도 동참은) 노조 민주성과 자주성이 한층 높아지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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