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포함 아랍인 100여명 거리 집회
이스라엘 폭격 규탄하며 대사관 앞 행진도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 등 100여명은 11일 오후 12시30분 한국 시민단체 노동자연대와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에 항의하고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한다"라고 밝혔다. /최의종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11일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낯선 얼굴의 외국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또렷한 한국어로 "팔레스타인에 연대를"이라고 외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을 항의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전 세계가 둘로 갈라진 가운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민단체 노동자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한 아랍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집트와 튀니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거리에 나와 지지의 목소리를 보냈다.
이들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운집한 뒤 "이스라엘은 폭격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전은 정당하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지나가던 행인이 이들을 향해 소리치자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 맞섰다.
현장에는 아랍어로 '우리가 곧 팔레스타인인이다. 연대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는 내용이 담긴 노래가 흘러나왔다. 곳곳에는 '진짜 학살범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저항 지지한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영어로 승리를 뜻하는 '빅토리(VICTORY)'와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스톱(STOP)'이라고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이원웅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마이크를 잡고 서방 언론이 이스라엘만 두둔한다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정부와 언론은 폭력은 (어떤 경우라도) 안 된다고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인 아메르는 통역을 통해 "이스라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고한 학살을 벌이고 있다"며 "물과 전기, 가스를 끊으며 모든 것을 동원해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30여분간 집회를 마치고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최의종 기자 |
발언 도중 가자지구에 있는 친구에게 국제전화도 연결했다. 아메르의 친구는 공습으로 전화 연결이 끊기는 상황에서도 "주거지와 학교, 병원 할 것 없이 폭격을 받고 심지어 소방차도 폭격 대상"이라며 "이스라엘이 공습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전기와 물, 연료, 식량이 끊겼고 치료 수단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집트인 압둘라는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은 인간 존엄성을 얘기하기 위해서"라며 "어제까지 사망한 아이들이 300명에 달한다. 지난 1년 동안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공감을 표했다. 똑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서방 언론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집회 이후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까지 거리행진도 벌였다. 이들은 항의서한을 대사관에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이 가로막으면서 무산됐다. 경찰은 이날 4개 중대 경력 250여명을 집회 현장에 투입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밤새 공습을 벌이고 가자지구에 전기와 식수 등 공급을 중단했다. 지상군 투입도 예고한 상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양측 사망자만 2100명에 달한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