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가 아니야"…불안한 청년 보듬는 20년 상담사
입력: 2023.10.07 00:00 / 수정: 2023.10.07 00:00

서울시 청년마음건강 지원 이명은 소장
만19~39세 무료 심리상담…"정부 지원 필요"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명은 위심리언어상담센터 소장이 상담하는 모습. /본인 제공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명은 위심리언어상담센터 소장이 상담하는 모습. /본인 제공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가족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오더군요."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명은(65) 위심리언어상담센터 소장은 "전세사기처럼 환경적으로 벅찬 문제를 청년들이 혼자 해결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냐"며 안타까워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만19~39세 서울 거주 청년을 대상으로 기본 4회기의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1단계 온라인 자가검진을 바탕으로 2단계 상담사와의 자기이해 심화상담을 거쳐 마지막 3단계에서 분류 유형에 따른 맞춤형 관리를 받는다. 일반군은 마음건강 앱 이용권 등을 제공해 정서적 안정을 도움 받고 임상군은 전문의료기관 등에 연계돼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이외 도움군에게는 추가 상담을 최대 6회 지원한다.

20년 상담사 경력의 이명은 소장은 지난해 6월부터 마음건강 지원 사업에 참여해 현재까지 약 20명의 청년 내담자들을 만났다.

그를 찾아온 청년 내담자들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불안과 우울증이 일상을 잠식해 삶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같지만 다른 그들, 청년:성별 자살생각과 자살시도 영향요인의 탐색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만 20~39세 청년 1012명의 42.1%에 해당하는 430명이 지난 1년 내 극단적 선택을 고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에는 정서적 지지대의 부재가 자리한다. 이명은 소장은 "가족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혼자 사는 청년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상담으로 지지를 받는다는 게 이분들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만19~39세 서울 거주 청년 무료 심리상담 서울시 청년마음건강 지원 사업 홍보물. /서울시
만19~39세 서울 거주 청년 무료 심리상담 '서울시 청년마음건강 지원' 사업 홍보물. /서울시

이어 "전세사기나 취업 문제 등 본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들이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로는 부모를 잃은 뒤 돌봐주던 고모마저 재가한 이후 불안장애가 악화된 20살 대학생을 떠올렸다.

이 소장은 "가족들과의 추억이 남아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등 생활을 정리하도록 과제를 부여했다"며 "상담이 끝나고 기분 좋은 얼굴로 상담 장소를 나가는 분들을 볼 때 뿌듯하고 상담을 통해 본인이 가진 내적 힘을 분출할 때 저까지 힘이 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 같은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자비로 상담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청년마음건강 지원 사업이 생기기 전까지 자비로 상담을 하겠다는 청년을 10년에 두세명밖에 못 만났다"고 말했다.

또 "5년 전에 정부지원으로 줌(zoom) 상담을 했는데 그 당시에도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담을 하겠다고 한 청년들이 많았다"며 "이번에도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이 있으니까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우울증을 겪거나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는 "이제 혼자가 아니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며 "문제가 있다면 함께 극복하고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우리가 옆에서 함께 지지하고 격려해서 같이 걸어가겠다"고 격려했다.

zza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