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배우자보다 신임 두터웠나"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어머니 김영식 여사 및 여동생(세 모녀) 사이 상속 지분 소송에 하범종 LG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생전 경영권 승계 재산 전체를 상속하겠다고 말해 메모로 남겼다고 진술하는 등 구 회장에 유리한 진술을 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 및 두 여동생 간 상속 지분 소송에서 생전 경영재산 전부를 구 회장에 상속하겠다는 고(故) 구본무 전 회장 유지가 담긴 메모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5일 오후 김 여사와 구 전 회장의 장녀 구연경 씨, 차녀 구연수 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LG그룹 상속 재산 분할 업무를 총괄하는 재무관리팀에서 근무한 하범종 LG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 사장은 "구 전 회장이 지난 2017년 뇌종양 수술 며칠 전 구 회장에 경영재산 전체를 상속한다고 말했다"며 "경영재산 전체를 구 회장에 넘기는 것으로 말해 사무실로 와 A4 용지 한 장짜리로 이같은 내용을 적어 출력, 자필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재산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산만 포함돼 있고, 구 전 회장 개인재산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 모녀 측은 "상속과 관련된 문서를 증인에게만 쓰게 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배우자보다 신임이 두터웠나"라고 반문했다. 하 사장은 "구 회장이 장자이기에 (경영재산을 상속하는) 집안 가이드라인에 따랐다. 메모대로 이뤄지지는 않았으며 (메모는) 파기됐다"고 했다.
세 모녀 측은 지난 7월 열린 준비기일에서도 "구 회장 측이 모든 재산을 구 회장에 상속한다는 유언이 있었다며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세 모녀 측은 오히려 당시 구본준 부회장(현 LX그룹 회장)이 친형인 구 전 회장의 뒤를 잇는 '징검다리 승계'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하 사장은 "세 모녀 측은 경영재산 전체를 구 회장이 상속받는다는 내용을 수긍했다가 이후 입장을 바꿔 일부를 받는 것으로 합의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구 전 회장 별세 이후 구 전 회장의 지분 1945만8169주(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구연경 씨는 2.01%를, 구연수 씨는 0.51%를 각각 받았다. 김 여사는 상속된 지분이 없었다.
구 회장 측은 이 과정에서 '상속분할합의서'가 여러 차례 작성됐으며 경영재산 전부가 구 회장에 상속되는 내용이 수정되는 대신 상속세는 지분을 받은 자가 부담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 측은 상속분할합의서 초안과 김 여사가 직접 서명했다는 문서 등을 제출했으나 세 모녀 측은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도 "예정된 서증 범위를 현저히 넘어서 제시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하 사장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내달 16일 열린다.
앞서 세 모녀 측은 지난 2월 "구 회장의 기망행위가 있었으며, 피상속인 유지와 상관없이 일정 부분을 유족들이 상속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행하지 않았다"며 상속회복청구 소송과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은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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