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보면 가슴이 뛰어요"…지구대 경찰의 명절
입력: 2023.10.02 00:00 / 수정: 2023.10.02 00:00

관악서 당곡지구대 야간순찰 동행취재
명절 단골 가정폭력 신고 꼼꼼히 처리
'묻지마 범죄' 주민들 우려에 귀기울여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 최선현 경사와 신유라 순경이 27일 야간 순찰을 돌고 있다. /최의종 기자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 최선현 경사와 신유라 순경이 27일 야간 순찰을 돌고 있다. /최의종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데이트폭력 열둘 동원이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는 분주해졌다. 이날만 두 차례 신고한 30대 여성이 동거 남성과 충돌이 있었다고 다시 신고했기 때문이다. 9년 경력 최선현(37) 경사와 9개월 경력 신유라(27) 순경과 순찰차에 탑승해 현장으로 이동했다.

신고자는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고 있는 30대 남성과 다툼이 있었다. 다만 이날 이전 출동 당시 신고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차례 출동한 신 순경을 알아본 신고자는 울먹이며 하소연했다. 남성은 다른 방에 있는 상태였다.

최 경사와 신 순경은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마련한 임시 숙소를 안내하고 신고자와 남성을 분리 조치하며 현장 종결했다. 신 순경은 "남성과 여성 모두 여러 번 신고했던 사건"이라고 귀띔했다.

최 경사와 신 순경은 이날 저녁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근무했다. 야간 근무 출근하자마자 신고 사건을 마무리한 이들 순찰 활동은 오후 7시20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순찰 경로는 별도로 지정돼 있지 않다. 경로를 지정하면 범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당곡지구대 관할 구역은 1인 가구 비율인 높은 주택가뿐만 아니라 유흥거리 등이 혼재돼 있다. 주취자 신고뿐만 아니라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등 다양한 신고가 접수되는 이유기도 하다. 명절에는 특히 가정폭력 신고가 늘어난다고 한다.

순찰은 차량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도보로 순찰할 때도 있으나 신고가 들어오면 차량으로 돌아와 현장으로 이동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기에 신경 써서 순찰한다고 최 경사는 말했다.

최선현 경사와 신유라 순경이 27일 관악구 일대 무인점포를 순찰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최선현 경사와 신유라 순경이 27일 관악구 일대 무인점포를 순찰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주택가에 차량을 세운 이들은 골목을 돌기 시작했다. 최 경사는 최근 '무인점포'가 많이 생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절도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 다만 무인점포마다 CCTV가 설치돼 있어 사건 발생 빈도가 높지는 않다.

최 경사와 신 순경은 골목에 있는 한 편의점을 방문했다. 최 경사는 편의점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지구대에 핫라인으로 연락이 갈 수 있는 전화기가 잘 작동하는지 물었다. 점주는 걱정하지 말라며 수화기를 들어 보였다.

다만 편의점주는 최근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우려를 털어놨다. 그는 "올해 초에 어떤 여성이 이유 없이 야간에 편의점을 방문해 술병 여러 병을 깬 일이 있었다. 정신과 진료 전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가족에게도 사과를 받지 못해 아쉽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근에는 어떤 사람이 돈을 던지며 담배를 달라고 해 다툼이 있었다. 지구대에서 나이 든 경찰관이 출동했는데 내가 앞에 있는데도 그 사람에게 존댓말을 하며 말리더라. 아무리 인터넷이나 민원이 무섭다지만 경찰이 참 힘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경사는 "이해한다"고 답하며 점주의 말을 경청했다. 편의점을 나선 최 경사는 "행패를 부리는데도 존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직접 대응하고 쉽게 접하는 공무원이 경찰이다 보니 시민들이 아쉬운 점도 많은 것 같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럼에도 신 순경은 경찰 생활에 만족했다. 그는 증권사에서 일하다 평소 품고 있던 경찰관 꿈을 9개월 전에 이루며 입직했다. 현장에서 일하며 본인 꿈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명절 당일 다시 출근할 예정이다.

최 경사는 근무 시간이 아닐 때도 순찰차를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그는 "경찰 시험 준비할 때 순찰차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어요. 지금도 근무가 아닐 때 보면 마찬가지예요. 사명감은 함양해야 하는 게 아닌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 9년 경력 최선현 경사와 9개월 경력 신유라 순경. /최의종 기자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 9년 경력 최선현 경사와 9개월 경력 신유라 순경. /최의종 기자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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