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텅 빈' 용주골, 최대 성매매 집결지의 '갈등' 현주소
입력: 2023.09.28 05:00 / 수정: 2023.09.30 10:32

건물주들 "파주시 '행정대집행' 언급, 잘못된 정보 퍼트려"

"일부 불법 창고, 지붕 등 '부분 철거'일 뿐"

"가스통 시위 준비? 이곳 아닌 무허가 주택가 사람들"

시 "철거 강행, 추가 간담회 없다"... 소통부족 논란

최근 파주시가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25일 극한 대립이 예상됐던 용주골이 텅빈 영화 세트장처럼 한산하고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주=배정한 기자
최근 파주시가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25일 극한 대립이 예상됐던 용주골이 텅빈 영화 세트장처럼 한산하고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주=배정한 기자

[더팩트ㅣ파주=배정한 기자] "행정대집행이요? 그게 아니고 작은 규모의 불법 증축물만 철거한다는 거예요"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에 있는 성매매 업소 집결지 '용주골'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난 한 건물주 A 씨는 파주시의 '행정대집행'이라는 단어 사용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건물주 A 씨는 "허가를 받아서 건축을 했고 멀쩡한 등기가 있는 건물들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합법적인 건물을 어떻게 철거를 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건물 전체가 불법이 아닌데 파주시에서 '행정대집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니 용산처럼 다 밀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잘못된 정보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연탄 창고라든지 보일러실, 계단 방수용 지붕 같은 샌드위치 패널로 불법 증축된 부분을 철거하라는 거지 건물을 부수는 게 아니다. 왜 멀쩡한 건물들을 통으로 철거하는 식으로 언론에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파주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불법 증축된 창고들.
파주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불법 증축된 창고들.

용주골 내 불법 건축물 건물주들은 강제 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위반건축물 자진시정명령 취소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7일 이를 받아들여 행정대집행을 10월 12일까지 중단할 것을 파주시에 명령했다.
용주골 내 불법 건축물 건물주들은 강제 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위반건축물 자진시정명령 취소'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7일 이를 받아들여 행정대집행을 10월 12일까지 중단할 것을 파주시에 명령했다.

파주시의 입장 발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용주골 성매매 업소 집결지는 곧 포크레인이 건물들을 강제 철거하고 업소들은 폐쇄될 것 같은 상황으로 비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만난 관계자들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주시가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겠다고 지적한 불법 건축물들의 현실은 샌드위치 패널을 자재로 사용해 불법으로 증축된 연탄 창고나 옥상 창고, 외부 계단 간이 지붕 등에 대한 '부분 철거'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지어진 건물을 철거한다는 것이 아니고 일부 증축된 부분을 철거한다는 것인데 파주시의 '행정대집행'이라는 단어 선택이 마치 성매매 업소 집결지 내에 있는 건물들을 완전히 철거한다는 것으로 확대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용주골 성매매 업소 집결지 폐쇄에 반대하는 관계자들의 현수막.
용주골 성매매 업소 집결지 폐쇄에 반대하는 관계자들의 현수막.

파주시가 불법 건축물로 단속한 건물, 동그라미 쳐진 부분이 불법으로 증축된 창고.
파주시가 불법 건축물로 단속한 건물, 동그라미 쳐진 부분이 불법으로 증축된 창고.

A 씨는 최근 성매매 업소 집결지 주민들이 인화성 물질과 가스통을 배치하며 시위를 준비한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언론에 가스통과 기름통을 들고 대응한다고 나오던데 건물주나 업주와는 관계가 없다. 누가 자기 죽으려고 그런 짓을 하겠나. 건물을 다 부수는 것도 아니고 부분 철거인데 건물주들과 세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폭력적인 대응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부정했다.

이어 "가스통으로 시위 예행연습 한 사람들은 여기 옆쪽 주택가 주민들인데 하천부지에 무허가로 주택을 지어 철거될 집들이 좀 있다고 들었다. 여기 장사하는 사람들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업소 집결지에서 만난 건물주들은 물리적 충돌을 하며 행정대집행에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파주시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한 것이고, 결과에 따라서 불법으로 증축된 일부 샌드위치 패널들은 자진 철거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시간적인 여유를 좀 달라는 것인데 파주시가 급하게 진행을 하는 바람에 법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파주 1-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정상화 추진위원회 사무실. 마을 개발 위원장 활동을 하고 있는 박 모 씨는 파주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파주 1-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정상화 추진위원회 사무실. 마을 개발 위원장 활동을 하고 있는 박 모 씨는 파주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파주시에 대한 원한 섞인 불만은 건물주만 토로하는 것은 아니다. 재개발 정상화를 위해 '마을 개발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박 모 씨도 파주시의 졸속 행정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 씨는 "(성매매 업소) 당연히 없어져야죠. 우리 주민들 모두 없어지길 바래요. 어차피 영업도 몇 집 안 하고 점점 소멸되고 있는 시기거든요. 주민들과 관계자들의 의견을 좀 듣고 조율하면서 법률적인 절차를 제대로 지켜가며 하면 되는데 김경일 시장이 너무 몰아붙이는것 같아요"라며 행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전주 선미촌이나 춘천 근화동 같은 데는 100회 이상을 건물주들과 종사자들을 만나 협의를 해서 그 사람들이 자진 폐쇄했다"며 "다른 지역은 수많은 소통 과정을 거쳐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든가 재개발이 이루어져 자연소멸 되듯이 없어졌는데 파주시는 얼마 전에 딱 한번 건물주들과 만났다. 그리고 2주 뒤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려고 했다"고 말하며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더불어 박 씨는 "성매매 집결지 내 불법 건축물들이 집중적으로 부각이 되고 있는데, 이 동네는 기지촌으로 구성될 때부터 많은 건물과 집들이 불법 건축물로 지어졌다. 성매매 집결지 건물주들에게만 철거를 강요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주변에 곳곳에 성구매, 알선은 범죄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주변에 곳곳에 '성구매, 알선은 범죄'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김경일 파주 시장의 올해 1호 결재 사항이 '성매매 집결지 정비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정비 전담팀'을 신설하고 파주경찰서·파주소방서와 협력을 위한 워크숍도 진행했다.

또 성매매 피해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마련하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 시민지원단'을 위촉해 성구매자의 집결지 출입 제한을 위한 야간 캠페인 '올빼미 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시장의 이러한 활동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여론 형성과 파주시의 성과 홍보에는 큰 효과를 보이고 있는 듯 하지만 정작 이해관계가 엮여있는 건물주와 성매매 업종 종사자들과의 만남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않았다. 약 9개월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김 시장이 건물주와 성매매 종사자들을 만난 건 지난 8월 28일 단 한차례뿐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시장은 "불법을 용인하지 않는 강력한 행정력과 추진력이 있어야만 성매매 집결지의 완전한 폐쇄가 이뤄질 수 있다"라며 강제 철거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파주시는 2주 뒤 행정대집행을 강행한다는 소식을 알렸고 건물주들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파주시는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 걷기 행사인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러한 캠페인이 오히려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파주시에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파주시는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 걷기 행사인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러한 캠페인이 오히려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파주시에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경일 시장이 강한 행정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용주골 폐쇄 계획은 다음 달 11일 건물주들이 낸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할 경우 장기간 지연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주장하는 재산권 침해, 형평성 문제, 행정대집행의 법률적 문제 등은 현재 행정소송 진행 중이다. 본안 소송 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리기일은 10월 11일이며, 해당 결과에 따라 성매매 집결지 위반건축물의 행정대집행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 관계자들과의 추가 간담회 개최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 대부분 성매매 집결지가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재산권과 생존권, 재개발 등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엮여 있는 만큼 공권력을 행사하기 전에 좀 더 평화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불법을 막기 위한 파주시의 행정이 물리적 충돌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해법 모색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긴밀한 대화'가 시급해 보인다.

ha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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