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벗은 '주점 난동 조폭' 누명…"무리한 수사·기소"
입력: 2023.09.27 00:00 / 수정: 2023.09.27 00:00

1심 궐석 상태서 징역 6개월 선고
뒤늦게 기소 사실 알아 항소장 제출
피해자 "수사기관이 집요해 거짓진술"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1부(이주현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협박 혐의를 받는 김모 씨에 징역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더팩트DB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1부(이주현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협박 혐의를 받는 김모 씨에 징역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더팩트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술값을 달라고 요구하는 주점 관계자를 술잔으로 위협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기소 3년 만에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했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15년 5월 중순쯤 발생했다. 50대 김모 씨는 단골이던 서울 서대문구 한 주점을 찾았다. 그는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며 자주 술값을 내지 않았고, 주점 측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주점 측은 "욕설하며 술잔을 들어 얼굴에 찍으려 하고, 주먹을 얼굴에 들이대며 때릴 듯한 태도를 취하며 '죽을 수도 있다'라고 협박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김 씨는 부인했다.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2020년 5월 협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김 씨의 행방이 묘연해 재판 절차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법원은 공소장부본 등을 보냈으나 송달되지 않았다. 그해 6월17일 예정됐던 첫 재판은 김 씨가 출석하지 않아 연기됐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판이 지지부진해지자 법원은 이듬해 1월 공시송달 결정했다. 공시송달은 재판상 서류가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법원 게시판에 게시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같은해 5월 김 씨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김 씨는 뒤늦게 본인이 재판에 넘겨진 것을 알게 돼 지난해 6월 상소권회복 청구를 했다.

형사소송법상 본인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소 제기 기간 내에 상소를 하지 못한 때에는 상소권회복 청구를 할 수 있다. 단 원인이 된 사유를 법원에 소명해야 하며 청구와 동시에 상소를 제기해야 한다. 김 씨는 항소장을 냈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 기재는 범죄 시일과 장소,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더팩트 DB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 기재는 범죄 시일과 장소,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더팩트 DB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1부(이주현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징역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공소를 적법하지 않다고 인정해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기소 3년 만에 누명을 벗은 셈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김 씨가 출석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재심 청구 사유가 생겼다. 법원은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새로 소송 절차를 진행해기 위해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항소심 단계에서는 수사 단계 오류도 뒤늦게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씨가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가 아니라고 봤다. 지난달 8일 증인으로 나선 주점 관계자는 "협박받거나 술잔을 들어 때릴 듯이 하면서 협박받은 사실이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집요하게 질문해서 '귀찮아서' 빨리 끝내려고 그렇게 진술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만으로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김 씨를 기소하면서 범행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협박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공소장에 적힌 범행 시점은 2020년 5월 중순쯤이다. 기소 시점은 2020년 5월18일로 공소시효가 끝났는지가 불분명한 셈이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 기재는 범죄 시일과 장소,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재판부가 공소 기각한 주된 이유기도 하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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