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조폭 사건 등 굵직한 사건 '성과'
치안 중심 조직재편으로 수사기능 약화 우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강력범죄수사대의 사실상 '폐지'를 놓고 경찰 안팎에서는 기능 약화 우려가 크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범죄예방·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며 대응 부서를 새로 만드는 등 조직재편에 나섰다. 경찰 안팎에서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강력범죄수사대의 사실상 '폐지'에 우려 목소리가 적지않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일선 현장 치안 역량을 높이겠다며 전 경찰관서 '범죄예방대응과' 신설과 관리 기능 인력 감축 및 치안 현장 재배치,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운영 등 내용이 담긴 조직재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기존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와 강력범죄수사대, 금융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의 구성에서 반부패범죄수사대와 공공범죄수사대, 형사기동대, 금융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로 개편된다. 올해 초부터 광수단 개편을 놓고 여러 안들이 오르내린 바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강수대의 사실상 '폐지'를 놓고 냉기류가 흐른다.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인지 수사 기능 강화를 위해 각각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와 선거범죄 등을 담당하는 반면 강수대는 범죄예방 기능으로 쏠리면서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강수대의 시작은 1980년대 서울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 등을 맞아 범죄예방·대응 차원에서 1986년 만들어진 '형사기동대'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7년 6·29 선언 전후로 집회·시위가 많았던 것도 형사기동대 탄생 배경이다.
명칭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9년 '기동수사대'로 바뀌었다가, 2003~2004년 유영철 사건을 계기로 광역 대응이 중요해지면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 '광역수사대'로 변경됐다. 광역수사대는 지난 2021년부터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강력범죄수사대'로 확대·개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2017년 12월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 추가 압수수색을 마친 후 병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강력'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던 강수대는 3년 가까이 주요 사건을 맡았다. 강력범죄와 폭력범죄, 조직범죄 사건뿐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 수사와 건설현장 불법 행위 수사 등에서 역할을 한 바 있다.
특히 강수대는 안전·의료 전문수사팀 각 2개 팀이 있다. 각 기능이 공공범죄수사대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나, 수사팀 축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전사고 전문수사팀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만들어졌으나, 1년 반 만에 '찬밥' 신세에 놓였다.
의료사고 전문수사팀 축소 가능성에는 현장과 동떨어진 개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사고 전문수사팀은 개인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해결하기 힘든 사건을 조사·수사해 실체를 규명하면서 '국민 치안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안전·의료 전문수사팀 각 2개 팀을 각 1개 팀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찰은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강수대의 형사기동대 회귀 논란을 떠나, 개편 이후 '실무' 기능 약화도 문제로 떠오른다.
한 일선 경찰 간부는 "맡은 사건이 줄지는 않겠으나 권역별 수사나 강력 수사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며 "길거리에 형사들이 나가 있다고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일선 경찰서에서 인력을 빼면 나름대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다른 경찰 간부는 "거점 지역에 경찰관을 배치해 잠재적인 범죄 발생 요인을 차단하며 예방·대응하겠다는 취지이지만, 현장 근무로 그만큼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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