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약' 혁신파크 폐쇄 임박…갈 곳 잃은 수백개 단체
입력: 2023.09.20 00:00 / 수정: 2023.09.20 00:00

서울시, 11만㎡ 부지에 코엑스급 복합문화시설 조성 계획
구 "지역 일자리 창출" vs 시민단체 "공공 공간 지켜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은평구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 공공의 공간으로서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이 5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민모임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은평구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 '공공의 공간으로서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이 5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민모임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울혁신파크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은평구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엇박자를 내고잇다.

시와 구는 혁신파크 부지 개발이 지역의 일자리를 책임질 수 있다며 개발사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지역 시민단체들은 여가공간이자 지역녹지로서 가치를 지닌 부지를 수익만을 추구해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사업 추진을 위한 서울혁신파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및 사업화 방안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원래 국립보건원이 자리했던 11만㎡ 규모 부지다. 보건원이 이전한 뒤 오세훈 시장의 과거 임기 때인 2009년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시가 매입했다. 이후 2015년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시민단체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목적으로 서울혁신파크를 세웠다.

오 시장 취임 후 시는 지난해 12월 이곳을 '코엑스급' 대규모 복합시설 등으로 조성해 서북권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의 공약사업이다. 60층 높이의 건물과 대규모 복합문화쇼핑몰을 비롯해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 청년·신혼부부·노인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머무를 수 있는 세대공존형 공공주택 '골드빌리지' 등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서울혁신파크의 개발 정책을 둘러싼 역동과 역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는 지난해 기준 225개의 시민단체, NGO, 사회적 기업이 입주해 있다. 입주단체와 시 사이를 잇는 중간지원조직인 서울시청년허브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입주기업과 중간지원조직은 10만 건의 혁신 사업을 실행했으며 그 결과 약 1200억 원의 경제적 성과를 냈다. 입주 단체들이 진행하는 주민교육 및 자치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만남공간 역할도 수행했다. 넓은 녹지를 찾기 힘든 서울에서 지역 주민들의 산책공간이자 공론장 역할도 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은평구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신파크 개발 배치 계획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은평구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신파크 개발 배치 계획도. /서울시

이번 계획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시가 이 공간을 지키기를 원하는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민간개발을 추진한다고 비판한다.

혁신파크 입주기업 관계자 및 지역주민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공공의 공간으로서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은 5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서 재개발하는 사실상 상업개발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서울혁신파크는 갑자기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상업 공간으로 변질되고,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배민지 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은 "혁신의 실험실이자 시민들에게 개방돼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서울혁신파크가 10월 말부터 폐쇄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단 한차례도 수렴하지 않은 채 서울혁신파크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아직 구체적인 공사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멀쩡한 혁신파크 공간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평구는 혁신파크 부지가 지역의 일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오 시장의 계획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런 방안을 시에 지속 요청했고, 결국 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은평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기업체가 적고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이었던 터라 대부분의 주민들이 개발을 원했다"며 "향후 개발로 갈 곳을 잃게 되는 사회적경제 단체들에 대해서도 (퇴거 연장을) 서울시에 요청하는 건 아니지만 관련 시 사업에 연계하는 등 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모임의) 요청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올해 혁신파크가 종료한다 해도 착공 전까지 쉼터나 공원처럼 시민들이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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