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미리 사요"…요소수 우려에 곳곳 '품귀 현상'
입력: 2023.09.12 00:00 / 수정: 2023.09.12 00:00

주유소·대형마트·온라인 곳곳 품절
비축량 충분하다지만 소비자는 불안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요소수 매대가 텅텅 비어있다. /김세정 기자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요소수 매대가 텅텅 비어있다. /김세정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황지향 인턴기자] 중국이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비축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주유소 곳곳엔 '요소수 품절'이라는 문구가 붙었고, 대형마트 요소수 매대는 텅텅 비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요소수 가격이 뛰고, '1인당 1개' 구매량 제한이 생기고 있다.

"요소수 다 나갔어요. 언제 들어올진 모르죠"

<더팩트>가 11일 이른 오전부터 찾아간 수도권 여러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주유소에는 '요소수 없음' '요소수 품절'이라는 인쇄물이 붙여져 있었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고 나서야 가득 주유하면 10L만 넣어주겠다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주유소 직원 A씨는 "평소 같으면 일주일 뒤 주문해도 될 물량이 있었는데, 지난주 금요일에 싹 다 나갔다.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이라는 인쇄물이 부착돼 있다. /황지향 인턴기자
11일 서울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이라는 인쇄물이 부착돼 있다. /황지향 인턴기자

요소수는 디젤(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데 사용되는 수용액이다. 덤프트럭이나 화물차, 트럭, 버스 등 디젤 차량 운행에 필수적이다. 지난 2021년에도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하면서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블룸버그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중국의 비료제조업체에 요소 수출 제한을 요청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자국 내 요소 수급 차질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은 요소 수입량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2년 전처럼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은평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B씨는 "손님들이 요소수 있냐고 엄청 물어본다. 혼선이 생길까 봐 '요소수 없음'을 인쇄해서 붙였다. 덤프트럭이나 화물차 모는 분들, 관광버스 운행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며 "대란이 한 번 있었으니 미리 방지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찾은 서울 강동구와 중구, 서초구 일대 대형마트의 요소수 매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마트 관계자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요소수를 구하긴 어려웠다. 구매할 수 없도록 가격이 100만 원대로 치솟은 온라인 상점도 있었다. 일방적으로 구매를 취소당했다는 인증 글도 적지않았다. 한 인터넷 판매자는 '1인당 1개' 구매 제한을 내걸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요소수 가격이 치솟거나 구매제한이 생기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요소수 가격이 치솟거나 구매제한이 생기기도 했다.

디젤 차량 운전자들도 불안해 했다. 25t 화물트럭 운전기사인 변섭 씨는 "아직은 완전히 난리 났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많이들 경계한다"며 "2년 전처럼 손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이라도 비축해 놓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운반하는 40대 C씨도 "지금은 주유소마다 없다고 해서 구하질 못한다. 그때(2년 전)처럼 그런 상황이 올까 싶지만 불안하긴 하다"고 했다.

또 다른 화물기사 D씨도 "2년 전 대란 때 화물차 기사들이 요소수를 사려고 줄 서고 난리였는데 아직은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보이면 사다 놓고 한다"고 언급했다. 덤프트럭 기사인 한모(51) 씨는 "오늘 아침에도 오면서 두 군데나 들렀는데 다들 없다고 했다. 저번 대란 때 엄청나게 고생해서, 이번엔 미리미리 좀 구하려 한다"고 했다.

정부는 요소수 품귀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요소 수입에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으며 비축량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사재기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분석한다.

요소수가 품절된 서울의 한 대형마트. /김세정 기자
요소수가 품절된 서울의 한 대형마트. /김세정 기자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계속 전쟁 위험이 있고, 외부 상황이 안정적이진 않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위기 상황을 대비하고 싶어한다"며 "요소수 대란을 한번 겪어서 어려움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심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요소수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요소수 품귀 같은 문제는) 예측할 수 있었다"라며 "(요소수 대란을 겪었으니까) 불안한 소비자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소비자를 탓할 게 아니라 왜 이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준비가 그간 전혀 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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