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이래서 안돼" "아가씨"…직장 성차별 '여전'
입력: 2023.09.10 12:10 / 수정: 2023.09.10 12:10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31% 성차별 호칭, 27.6% 혐오 발언 경험


직장인 여성 2명 중 1명은 여자는 이래서 안돼와 같은 성차별적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더팩트DB
직장인 여성 2명 중 1명은 "여자는 이래서 안돼"와 같은 성차별적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더팩트DB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 여직원이 커피를 타고 다과 준비를 해야 한다. 여직원들은 마스크 벗고 접대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반드시 화장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받았다.

#. 선배가 나이 어린 직원들에게 반말, 비속어, 명령조의 발언을 반복한다. 정규직 여직원들에게는 직함 대신 '막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파견직 여직원들과는 대화 자체를 하지 않고 무시한다. 또 여직원들에게 "몸매 유지해야지" "날씬해졌다"는 등의 발언도 한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성범죄 경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직장인 여성 2명 중 1명은 "여자는 이래서 안돼"와 같은 성차별적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14.2%)의 3배 이상이었다.

◆ 여성 2명 중 1명 '아줌마' 등 부적절 호칭 들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1.3%가 '특정 성별을 지칭하는 부적절한 호칭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은 55.9%가, 비정규직 여성은 60.3%가 '아가씨' '아줌마'로 불렸다고 했다. 남성은 12.4%가 부적절한 호칭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또 직장인 27.6%는 '여자는~, 남자는~'으로 시작하는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한 혐오 발언을 들었다. 26.4%는 커피 타오기, 애교 같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성역할 수행을 강요받았다. 혐오 발언을 듣거나 성역할 수행을 강요받았다는 응답은 여성이 남성보다 모두 30%P 이상 높았다.

직장인 10명 중 2명은 외모를 지적하거나 복장을 통제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영역에서 성별을 기반으로 한 차별적 요구를 받았다. 여성(31%)이 남성(10.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임금수준도 성차별적 괴롭힘에 영향을 끼쳤다. 500만 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16.4%가 '특정 성별을 지칭하는 부적절한 호칭'으로 불린 반면, 150만 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는 2.8배에 달하는 46.2%가 부적절한 호칭으로 불린 경험이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한 발언과요구는 그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직장 생활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며 "성차별적 괴롭힘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일터에서 성별을 지칭하는 부적잘한 호칭 사용"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19.3%는 여전히 '연애·결혼·출산 질문' 같은 사생활 간섭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생활 간섭형 젠더폭력은 남성(13.5%)보다 여성(26.9%), 정규직(16.5%)보다 비정규직(23.5%)이 더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외모지적(18.2%), 외모비하(15.7%), 외모간섭(14.7%)과 같은 외모 평가 및 통제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았다. 여성의 외모지적 경험 응답은 28.7%로 남성(10.1%)보다 2.8배 높았고, 비정규직 여성의 외모지적 경험은 31.5%로 정규직 남성(9.6%)의 3.3배에 달했다.

◆ 직장 내 원치 않는 구애 "스토킹 범죄 발전 위험"

#.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남 상사가 사적으로 만나자는 얘기를 했다. 직장을 그만두기 어려운 상황이라 웃으며 참았더니 만만해 보였는지 성추행을 시도하거나 밤에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거절했으니 혹독하게 일을 시키겠다고 했다.

직장인 6.7%는 일터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3.3%는 구애 거절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11%)이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는데, 이는 남성(3.4%)의 3배 이상이다.

비정규직 여성은 이보다 더 높은 14.7%가 일터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 이는 정규직 남성(2.5%)의 5.8배에 달한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원치 않는 구애는 이후 직장 내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는 만큼, 원치 않는 구애가 직장 내 성범죄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알리고 규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직장인 2명 중 1명은 '직장 내 성범죄 및 젠더폭력 피해 이후 회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73.8%는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회사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더 낮았다. 회사가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 답한 여성은 64.1%, 정부가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 답한 여성은 87.4%로 남성 응답보다 20%P 이상 높았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하나의 극단적인 젠더 폭력이 있기까지 그 배경에는 부적절한 호칭, 구애 갑질, 여성혐오 발언 등 수많은 성차별적 괴롭힘이 있다"며 "규율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괴롭힘을 방치하면 성희롱이나 고용상 차별, 스토킹 등 더 큰 폐해로 이어져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장에서의 젠더폭력 근절은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대책 마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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