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상인들, 불경기라 기대반 우려반
백화점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 '쭉쭉'
"이미 선물 안주고 안받기" 목소리도
추석 명절 연휴를 3주가량 앞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 /최의종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조소현 기자] "기대 되긴 하는데, 경기가 너무 안 좋잖아. 사려고 하는 손님이 없어. 손님이."
7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 상인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반기면서도 불경기라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추석 명절을 3주가량 앞두고 있지만 예년 같지 않게 손님이 뜸한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같은 달 30일부터 공포·시행됐다. 공직자 등이 직무관련자와 주고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 상한은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랐고, 명절 선물 가격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설날·추석 선물 기간은 명절 당일 전 24일부터 당일 후 5일까지다. 이번 추석은 이번 달 29일로 선물 기간은 지난 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다.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 범위에는 '물품 및 용역 상품권'도 포함됐다.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40년 넘게 축산물을 판매한 여성 김모(70) 씨의 말이다.
"기대는 되기는 하는데 손님들이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명절이 좀 남았어도 옛날 같지 않아. 둘러봐. 사람이 없어. 사람이. 몇 년 전에는 이때쯤이면 엄청 바빴는데."
11년 정도 매장을 운영했다는 50대 여성 박모 씨도 조심스러웠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우선물세트) 10만원, 15만원대가 조금 나갔는데 워낙 돈(상한)이 작았으니까. 이제 모르지. 한번 주문 들어오는 것을 봐야 할 것 같아. 아직까진 모르겠네."
얼마 전 매장을 시작했다는 한 상인은 "소고기 가격 자체가 너무 올랐다. 수산물도 안 되고 과일값도 올라가니까 소고기로 몰리는 것 같다"며 "경기도 안 좋고 남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이후인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세계백화점에 여러 사람이 쇼핑하고 있다. /조소현 기자 |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인들도 청탁금지법 개정에 반색했지만 고물가에 손님 발길 자체가 끊길까 우려했다. 과일가게는 최근 태풍으로 좋은 상품이 많지 않아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아쉬워했다.
가락시장에서 40년 넘게 과일을 판매한 60대 여성 신모 씨는 "판매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고 반갑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미 과일값이 너무 올라 아예 사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음 주가 돼봐야 알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상인은 "상인들 입장에는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물가 자체가 많이 올랐다"라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서 축산물을 판매하는 주지훈 대표는 "부담감이 아무래도 줄어들기는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백화점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서울 강남구 신세계백화점 '추석 기프트 배송 접수 데스크'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우세트를 판매하는 50대 여성 A씨는 "요즘 와서 사시는 분들도 있고 사전 예약도 잘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8월18일부터 31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8% 늘었다. 금액대별로 보면 20만~3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 증가 폭이 71.3%다. 30만원대 이상 고가 한우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3.2% 늘었다.
기준이 완화됐더라도 이미 선물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토목설계회사에 근무하며 공무원과 소통할 일이 많다는 남성 B(27) 씨는 "김영란법이 생긴 뒤부터 물도 받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