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시니어클럽, 가맹계약 맺고 지역 어르신 채용
"가족들도 자랑스러워 해…시니어 일자리 꾸준해야"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5동 '행복한 편의점'에서 만난 이수미(68) 씨가 포스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해인 기자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재밌어요. '나 출근해'라고 하고 집에서 나오는 게 제일 좋아요."
지난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5동 '행복한 편의점'에서 만난 이수미(68) 씨는 "어디에 속해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종소리가 울리자 "어서오세요 고객님"이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손님이 계산하러 오면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능숙하게 포스기를 찍고 현금영수증 처리도 척척 해내는 그는 "손님 대하는 건 익숙하다"고 말했다.
카드결제가 잘 안 돼 당황스러운 상황도 있었지만 "지우고 다시 하겠습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손님이 문을 나서면 뒷모습에 대고 "안녕히 가세요"라며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올해 7월 문을 연 행복한 편의점은 양천시니어클럽이 가맹계약을 맺고 직접 점주가 돼 지역 어르신을 직원으로 채용해 운영하는 수익창출형 일자리 사업이다. 수익금 전액은 노인 일자리 기금으로 사용된다.
3개월차 편의점 직원인 이 씨는 서비스업 베테랑이다. 결혼 이후 10년 간 지방에서 큰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이후 1996년 서울로 올라와 백화점에서 10년간 근무했고, 대치동 수학학원에서 상담실장으로 2년을 일했다.
손녀가 태어나며 일을 그만두고 4년간 아기를 돌봤다. 간간히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나이가 많다며 채용을 꺼린 곳도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양천시니어클럽이 직접 운영하는 행복한 편의점을 알게 됐다.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5동 '행복한 편의점'에서 만난 이수미(68) 씨가 매장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
이 씨는 "고객과 이야기할 때 가장 좋다"며 "어떤 분은 음료를 사갖고 와서 마시라며 준다. 진상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손주들한테 용돈을 줄 때는 "할머니가 아르바이트 해서 번 거야"라고 자랑도 한다. 하루 4시간, 일주일에 2번 근무라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없다고 한다.
가장 어려운 일은 담배 위치 찾기라고 한다. 과거 슈퍼를 할 땐 담배 종류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져서 헷갈린다는 것이다. 손가락을 허공에 내저으며 잠깐 헤매던 그는 "어디 있는 거죠?"라고 손님에게 넉살 좋게 되물었다.
이씨는 "(행복한 편의점의) 초창기 멤버니까 2호점, 3호점이 생기면 출장도 가고 싶다"며 "우리 시니어들이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꾸준히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양천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어르신들끼리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고 노트를 가져와서 공부하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며 "이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