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16%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와 녹색병원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본부에서 '교사 직무 관련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교조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교사의 16%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과 녹색병원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교사 직무 관련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유·초·중·고 교사 6024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으며 지난달 16~23일 실시했다.

녹색병원은 실태조사를 통해 △교사의 업무 특성 △학교 내 폭력 경험 △정신건강 평가에 대해 물었다. 정신건강 관련 항목에서는 △우울 증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의도에 관한 질문을 통해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일반 직업군과 비교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분석했다.

먼저 교사의 16%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4.5%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일반인의 극단적 선택 생각은 3~7%였고 자살 계획은 0.5~2% 수준에 불과했다. 연차별로는 5년 미만 교사의 18.8%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고 5~15년 미만 교사가 20.3%로 그 뒤를 이었다.

급별로는 유치원 교사가 상대적으로 높았고 업무 소진과 폭력 경험, 외상후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도 높았다.

교사들의 우울증 정도도 심각했다. 심한 우울 증상을 겪는 교사가 38.3%을 차지했다. 일반 성인은 8~10%에 불과했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한 우울 증상을 호소했고 유치원과 초등교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부모 상담 횟수가 증가하고 학부모와 학생에게 폭력을 경험할수록 우울 증상 비율도 높았다.

서이초 교사 A씨에게 헌화하고자 나선 사람들의 손에는 국화가 아닌 다양한 색깔의 카네이션이 들려 있었다. 더 이상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받을 수 없게 된 A씨에 대한 애도와 존경의 표현이었다. 사진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9·4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 집회에서 애도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이장원 인턴기자

심각한 학교 폭력 현실도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66.3%가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 위협 및 폭력 경험은 18.8%, 성희롱 및 폭력 경험도 18.7%, 원치 않는 성적 관심도는 12.9%였다.

반면 일반 노동자들은 언어폭력 경험이 3~6%, 신체 위협 및 폭력 0.5%, 성희롱 및 폭력 경험 0.4%,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은 1% 미만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는 여성 교사의 폭력 피해 비율이 69.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유치원 교사는 언어폭력 피해가 76.1%, 특수교사는 신체 위협 및 폭력 피해 비율이 54.3%에 달했다.

가해자의 63.1%는 학부모였다. 학생이 54.9%로 그 뒤를 이었다. 신체폭력 피해는 가해자가 96.5%로 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폭력 경험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의 상관관계도 드러났다. 언어폭력을 경험한 교사의 42.3%, 신체폭력을 경험한 교사 51.1%, 성희롱을 경험한 교사 47.5%,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을 경험한 교사의 49.9%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반면 일반인은 1~6%, 경찰 및 소방 공무원은 15%의 비율을 차지했다.

전교조는 "정부와 교육부는 중대 재해 상황에 놓인 50만 교사들을 방치해선 안된다"며 "교사 직무 관련 정신건강 실태조사는 대한민국 교사가 이미 소진 상태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사들은 국가적 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무한 책임만을 강요받았다"며 "정부와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현장 교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에 하루빨리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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