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서이초 교사 49일 추모제
입력: 2023.09.04 19:24 / 수정: 2023.09.04 19:24

유가족·동료 교사·선후배 등 서이초 강당서 추모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동료 교사들이 헌화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동료 교사들이 헌화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 초롱초롱한 눈동자, 작은 손으로 삐뚤빼뚤 적는 편지들. 아이들의 사랑을 느끼는 교직생활이 당연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

4일 오후 3시 숨진 20대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서울 서초구 서이초 대강당에서 열렸다.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 교사, 선후배 등 140여명은 검은색 옷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고인의 동료 교사와 대학교 후배는 고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낭독했다. 동료 교사 A씨는 "어른이 된 후 함께 하고 싶은 친구 한 명을 만들기 어려운 세상이었는데, 너를 동기로 만나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흐느꼈다.

대학 후배 B씨도 "추모제인 만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며 "언니라는 사람 자체를 기억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극단 선택을 한 초임교사'라는 말밖에 들리지 않아 힘들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큰 벽이 존재하는데 눈을 감겠다고 결심했을 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상상조차 안 간다. 힘이 돼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오열했다.

서이초 교장도 "임용 100일 축하파티를 열어줬을 때 얼굴이 눈에 선하다"며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에게 항상 친절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힘이 돼주는 사람이 있으면 살아갈 힘이 나는데, 선배 교사로서, 자녀를 가진 어머니로서, 학교장으로서 그 한 사람이 돼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교육계·정치계 인사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헌우 기자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교육계·정치계 인사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헌우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교육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추모사에서 "가장 앞장서서 선생님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교육감으로서 가늠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학교와 선생님 없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었던 것 같다. 교육 전문가는 선생님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결코 의심받지 않는 교실이 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선생님들이 겪었을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그리고 학교와 교실이 얼마나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며 "소중한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육의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총리가 추모사를 읽자 일부 추모객들은 이 부총리에 등을 돌렸다. 이들은 '공교육 정상화, 건강한 학교, 행복한 학교,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팻말을 들며 이 부총리를 향해 항의했다.

이들은 추모제가 끝난 뒤 "전날까지 징계를 운운했으면서 여기 와서는 마치 교사들의 아픈 부분을 공감하는 것처럼 얘기하신 것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 부총리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교권을 강화하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교사와 시민들은 이 부총리를 향해 '사과하라', '반성하라' 등을 외쳤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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