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보고서 삭제 '인권 차원' 규정 따른 것" vs "참사 전엔 안 지켜"
입력: 2023.09.04 19:56 / 수정: 2023.09.04 19:56

'이태원 참사' 전 서울청·전 용산서 간부 공판

국회의 동행명령장 발부 후 청문회 출석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 3팀장(왼쪽부터). /남윤호 기자
국회의 동행명령장 발부 후 청문회 출석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 3팀장(왼쪽부터).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이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만들어진 '규정'에 따랐다고 주장하자, 검찰이 "참사 전에는 규정에 따르지 않았다"고 따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4일 오후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부장과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 등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피고인들 지시로 삭제된 보고서 작성자 1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과장 측은 목적이 달성된 정보는 폐기한다는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과거 수집된 정보가 악용돼 발생한 인권유린 반성 차원에서 만들어진 '규정'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참사 관련 수사나 감찰이 시작되자 '통' 삭제를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국민 인권에 어떤 유해를 끼쳤는지도 따졌다. 검찰은 "인권 보호에 금과옥조라고 생각했다지만 (참사) 발생 전에는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참사 원인 규명 목적 △일선 정보관의 업무 참고 및 경찰의 재난 대응 체계 구축·재발 방지 대책 수립 목적 △참사 이후 국회에 제출될 대상물로서 목적 △일선 경찰관 업무실적 증빙자료 등 행정적 목적 등 보고서가 삭제되지 않았어야 할 이유를 들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용산서 정보과 직원 김모 씨는 경찰청 SRI 회신보고서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위험 요인'을 작성한 인물이다. SRI(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특별정보요구)는 상급 기관이 특정 사안을 놓고 하급 기관에 정보보고서를 요구하는 체계다.

경찰청 정보국 요구로 김 씨는 해당 보고서를 작성해 참사 발생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29일 서울경찰청 정보부를 거쳐 정보국에 회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주최자가 없는 '핼러윈 축제'도 숙명여대 축제 등과 함께 관심 대상으로 적혀있다.

김 씨는 "이모 팀장이 쉬는 날 통화로 '김 전 과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해 삭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알았다'고 답했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에는 (제) 경력이 짧아 김 전 과장(부서장)이 삭제하라고 하니 그냥 알았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삭제 이유를 무엇이라고 들었냐고 묻자 김 씨는 "규정에 따라 지우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김 전 과장에 삭제를 직접 지시 받은 적이 있냐'고 물었고 그는 "직접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상황보고서인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을 용산서 정보관 곽모 경위에게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있다. 곽 경위는 지시를 받아 삭제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이들은 서울경찰청 SRI 보고서 '할로윈데이, 온오프 치안부담요인'과 정책자료 '할로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행위 우려', 경찰청 SRI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위험 요인' 등 3건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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